재즈보컬리스트 루카 마이너(Luca minor).
이 곡을 듣는 순간 다른 무언가를 한다는 행위가 좀처럼 허락되지 않았다. 처음 들을 땐 미니멀리즘으로 구현된 보컬과 피아노의 단단한 울림에 놀라다가, 두 번째 청취에선 애이불비(哀而不悲) 같은 시린 가사에 옷소매를 적실 뻔했다.
언뜻 들으면 여자 목소리로 오해할 수 있지만, 남자 목소리다. 음악 관계자들은 "쳇 베이커를 처음 들었을 때 듣던 여자 목소리 느낌"이라고 했다. 재즈 팝을 주로 노래한 그의 창법이 이번 곡을 통해 좀 더 발라드풍으로 바뀌고 더 깊은 우수의 울림으로 채색된 건 전적으로 작곡가 유태영의 공이 크다.
싱어송라이터 권진원의 딸 유태영 작곡가.
그의 음악적 능력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았다. 싱어송라이터 권진원의 딸로, 그의 이번 곡도 아주 간단한 코드로 깊은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탁월한 작곡 능력의 권진원의 패턴과 구성을 쏙 빼닮았다. 어느 마디에서도 유치한 구성이 없고 시작부터 마침표까지 긴 호흡으로 끌고 가는 묵직한 선율의 힘이 시퍼렇게 살아있다.
그런 곡에 맞춰 권진원이 가사를 입혔다. '안녕 나의 날들/떨림의 나날들/완벽했던 시간/아름다운 사랑/~/마음 속에서 춤을 추었지/그대의 두 손을 이제 놓아준다/안녕 나의 날들/떨림의 나날들/꿈꾸었던 시간/아름다운 착각'('안녕 나의 날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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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권진원.
권진원-유태영 모녀의 합작은 최근 KBS 드라마 '다리미 패밀리' OST에서도 이어졌다. 엄마 권진원의 곡 '살다보면'을 딸이 스트링 편곡을 맡아 모녀 협업으로 화제를 일으켰다.
컴퓨터로 버무린 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 중심의 음악이 각광받는 시대에 여전히 사람의 마음과 감정에 호소하는 아날로그 음악의 생성과 귀환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세 사람이 보기 좋게 빚은 합작품이 '아름다운 착각'이 아닌 '아름다운 꿈'으로 계속 빛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