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김윤수기 지난 15일 PO 2차전 승리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김윤수는 PO 3경기에 출전에 단 1이닝만 책임지며 탈삼진 하나 포함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투구수도 3경기를 통틀어 9구에 불과했지만 모두 실점 위기 상황에서 팀을 구해내며 강력한 인상을 남긴 '신스틸러'로 등극했다.
수술 후 한 단계 성장한 면모를 보였다. 올 시즌 상무에서 14경기에 나서 74이닝을 소화했고 8승 3패 평균자책점(ERA) 2.43, 피안타율도 0.228에 불과했고 39개의 볼넷을 허용하는 동안 탈삼진 86개를 기록할 정도로 강력한 투구를 펼쳤다. 앞서 박진만 감독은 "상무에서 수술 후 제구가 매우 안정됐다"고 설명했다.
PO 1차전부터 승부처에서 김윤수가 등장했다. 홈런 3방으로 일찌감치 7-1로 크게 앞서간 삼성은 7회 선발 데니 레예스가 내려간 뒤 급격히 흔들렸다. 결국 7-4로 추격을 허용했고 2사 1,2루에서 김윤수가 깜짝 등판했다.
지난 13일 PO 1차전에서 7회초 오스틴 딘을 상대로 역투하는 김윤수.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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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박진만 감독은 "경기 전에 투수 파트와 의논을 했다. 우리 불펜진에서는 김윤수 선수가 구위가 제일 좋다"면서도 "걱정은 볼넷인데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면서 1루가 비어 있는 위기 상황 때, 삼진을 잡아야 한다면 원 포인트 식으로 쓰기로 했는데 확실하게 우리가 구상했던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 아주 오늘 좋은 활약을 해줬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첫 가을야구를 완벽하게 치러낸 김윤수는 "삼진이 되는 걸 보고 '내 공이 진짜 좋구나' 느꼈다. '자신감을 갖고 계속 이렇게 투구하면 팀 승리를 계속 이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차전, 3차전에서도 위기 상황에서 박진만 감독이 가장 먼저 떠올린 투수는 김윤수였다. 2차전에서도 7회 2사까지 잡아낸 선발 원태인이 만루 위기에 놓이자 김윤수가 등판했다. 공교롭게도 타자는 또 오스틴이었다. 김윤수는 시속 155㎞ 패스트볼로 단 3구 만에 유격수 땅볼로 투구를 마무리했다.
3차전에서도 5회말 좌완 이승현이 박동원의 볼넷, 박해민의 희생번트, 문성주의 안타로 1사 1,3루 위기에 몰렸고 홍창기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내줬다. LG 선발 임찬규가 완벽한 투구를 펼쳤고 더 이상의 실점은 패배를 의미했다. 송은범이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자 2사 1,2루에서 다시 오스틴을 상대하기 위해 김윤수가 등판했다. 이미 두 차례 오스틴을 압도했던 김윤수를 맞아 오스틴은 다급해보였다. 초구 직구를 번번이 놓쳤던 오스틴은 과감히 초구를 노렸으나 시속 154㎞ 패스트볼에 타구가 먹혔고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번 PO 오스틴은 김윤수에게 3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완벽히 제압당했다. 시리즈 향방을 좌우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장면들이었다.
김윤수가 1차전에서 오스틴을 3구삼진으로 잡아내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PO에서 오스틴 저격수였다면 한국시리즈에선 또 다른 우타 거포 김도영과의 매치업이 기대감을 모은다. 김도영은 올 시즌 141경기에서 타율 0.347 38홈런 109타점 143득점 40도루 출루율 0.420, 장타율 0.647, OPS(출루율+장타율) 1.067로 사실상 최우수선수(MVP) 0순위로 불리는 올 시즌 최고의 선수였다. 김윤수는 올 시즌 김도영과 2차례 맞붙어 피안타는 없었지만 1볼넷 2타점을 허용했다.
김윤수는 김도영과 맞대결에도 자신감이 있느냐는 질문에 "삼진을 잡는다고 계속 상상하고 올라가면 삼진이 나올 수도 있고 범타가 될 수도 있다"며 "항상 삼진을 잡는다고 생각하고 올라가서 전력투구를 하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한 차례 큰 무대를 통해 약점까지 보완하는 계기가 됐다. "원래 긴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인데 이 시리즈를 치르면서 그래도 긴장감을 다스릴 수 있게 돼서 굉장히 긍정적"이라며 "공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얻어서 한국시리즈에 가서도 그걸 다 펼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PO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시리즈에서도 팀에 큰 보탬이 되겠다는 각오다. "중요한 상황에 등판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고 모든 선수가 다 그걸 바라보고 계속 훈련을 하고 경기를 한다"며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해이해지지 않고 더 집중해서 시리즈를 잘 준비해 우리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잘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김윤수가 지난 15일 PO 2차전에서도 오스틴을 잡고 이닝을 마치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