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 총재. 24. 4. 9 /AFPBBNews=뉴스1
중국 중앙은행 인민은행은 21일 오전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LPR(대출우대금리)을 1년물은 3.35%에서 3.10%로, 5년물은 3.85%에서 3.6%로 각각 25bp(1bp=0.01%P)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번 금리 인하는 특히 더 오래전부터 예고됐던 데다, 중국 정부의 유동성 공급 로드맵에 따라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4일 인민은행 등을 통해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 기존 주담대 금리 인하, 정책금리 인하 등 계획을 발표했고 차근차근 이행해 왔다. 이날 LPR 인하가 사실상 1차 패키지의 마지막 단계다.
판궁성 인민은행장은 지난 18일 기준금리 인하 방침에 변함이 없음을 시사하며 "경제를 안정시키고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며 "부동산과 자본시장의 두드러진 모순과 도전 과제에 맞서겠다"고 말했다.
경기 하강국면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중국 지도부의 위기감도 높아진다. 연간 5%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달성 목표는 3분기까지 누적 성장률이 4.8%(3분기 4.6%)에 그치며 사실상 빨간불이 들어왔다. 부랴부랴 유동성 공급 기반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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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금융당국은 18일엔 금융기관이 일정 자격을 갖춘 상장사에 대한 대주주 대출을 제공, 상장사가 자사주 매입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주식시장 부양책을 내놨다. 이 역시 지난달 24일 예고됐던 내용을 현실화한 거다. 중국 현지언론이 집계한 결과, 20일까지 상하이와 선전 증시 상장기업 중 23곳에서 회사 또는 대주주가 은행과 대출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 매입 등에 투입될 금액은 110억위안(약 2조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제한적이나마 시장이 중국 정부의 기대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중국 시틱증권은 "정부의 혁신적 정책 도구들을 통해 기관의 자금확보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며, 상장사와 대주주들은 중장기 자금을 도입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투자자 신뢰도를 높이고 상장기업의 주주수익률도 끌어올려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완전히 타개됐다고는 전혀 볼 수 없다. 중국 정부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눌려있던 중국 증시는 반짝 화답하는 데 그쳤을 뿐 랠리를 이어가지 못한다. 중국 내에선 11월 초로 예정된 국내 최대 쇼핑 이벤트인 광군제 등을 전후로 내수경기를 회복시킬 추가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회복의 불씨도 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회복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부동산 경기 회복이 요원하다. 얼어붙은 내수심리를 녹이기 위해서는 일단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거다. 중국 정부가 시장에 실질적인 유동성을 공급하는 조치를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정책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는 이미 예고된 특별국채 발행이다. 중국 내에선 이달 말로 예정됐던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특별국채 발행 규모가 확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었다. 그러나 상무위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 정부가 때이른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타이밍을 놓치기 전에 추가적 금리인하 조치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경제상황에 비해 아직 금리가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핀포인트자산운용 장즈웨이 사장 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금리인하는 시장의 예상치와 일치하는 데다, 디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한 통화정책이라는 측면에서도 고무적"이라며 "9월 24일 기자회견 이후 통화정책 변화가 뚜렷하지만 여전히 중국의 실질금리는 너무 높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하락과 더불어 내년에 (중국에서도) 더 많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