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행동주의 캠페인, 기업 가치 떨어뜨려"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24.10.2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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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행동주의 캠페인, 기업 가치 떨어뜨려"


지배구조 규제 강화 등 행동주의 펀드가 활성화하면 기업가치가 더욱 저평가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1일 '행동주의 캠페인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한경협이 2000년 이후 행동주의 캠페인을 겪은 시총과 자산이 10억 달러 이상인 미국 상장사(970개사, 캠페인 성공 549개사/실패 421개사)를 대상으로 행동주의 캠페인 성공 여부에 따른 기업가치를 분석한 결과, 캠페인이 성공한 기업들은 단기적으론 기업가치가 일부 개선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캠페인 성공 이전에 비해 기업가치가 오히려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행동주의 캠페인은 주로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성공하는 경향을 보였다. 캠페인이 성공하면 3년 이내에 기업가치가 1.4%p만큼 개선되면서 저평가가 일부 해소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캠페인 성공 4년 이후에는 기업가치가 다시 2.4%p 악화되면서 저평가가 심화됐다. 한경협은 "결국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한 이후의 장기적인 기업가치는 캠페인 성공 이전에 비해 1%p 악화하면서 궁극적으로 기업가치를 하락시킨다"고 분석했다.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했을 때 장기적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고용과 투자(자본적 지출)의 축소로 인한 기업 펀더멘탈 약화가 지적됐다.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하면 단기적으로는 성공 1년 전부터 1년 후(2년간) 기간 동안 고용은 평균 △3%, 자본적 지출은 평균 △10.7% 감소했다. 장기적으로는 고용은 △5.6%, 자본적 지출은 △8.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배당은 단기(캠페인 성공 1년 전부터 1년 후까지 2년간)에는 평균 14.9% 증가하지만, 장기에는 다시 캠페인 성공 이전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경협은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하면 장기적으로 고용과 투자 감소 등 기업 펀더멘털이 악화되면서 기업가치의 저평가가 심화된다고 봤다.

한경협 "행동주의 캠페인, 기업 가치 떨어뜨려"
한경협은 행동주의 캠페인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훼손시키는 만큼, 기업 벨류업을 위해서는 지배구조 규제 등 행동주의 캠페인이 급증할 수 있는 여건 구축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데이터 분석 기관인 인사이티아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의 타겟이 된 한국 대상 기업의 개수는 2017년 3개에 불과했으나 2019년 8개, 2023년 77개로 최근 5년 사이에 9.6배 증가했다.

이에 한경협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주주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의 지배구조 규제 법안이 입법화되면 행동주의 캠페인의 성공 가능성이 커져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가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천문학적인 자금과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본질적인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상법 개정 등 행동주의 펀드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입법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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