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급등한 건설 공사비 안정화 대책으로 중국산 시멘트 수입 카드를 꺼냈다. 민간이 중국산 시멘트를 수입해 국내에 공급한다면 이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달초 발표한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2021년 톤당 7만8800원이었던 국내 시멘트 가격은 수차례 인상을 거쳐 현재 11만2000원으로 42% 넘게 올랐다. 시멘트값이 오르면서 이를 주원료로 쓰는 레미콘 가격도 2021년 6만7700원에서 현재 9만3700원까지 약 39% 상승했다.
세계 최대 시멘트 생산국인 중국은 '이게 웬 떡이냐'는 반응이다. 곧바로 중국 시멘트 업계 관계자가 찾아와 한국으로의 수출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가 하면 한국 시멘트 회사를 인수할 의향까지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시멘트 수입으로 인한 공사비 인하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은 알고 있는 듯 하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에서 "원자재 가격이 떨어졌는데도 시멘트 가격이 오르니 답답해서 활로를 찾아보려는 것"이라며 "수입하더라도 수입량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멘트 업계 상황은 정부가 답답해서 활로를 찾아보려고 수입 카드를 한번 던져볼 만큼 녹록치 않다.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상반기 시멘트 출하량은 전년동기대비 12.3% 감소했다. 재고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쌓였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국내 건축 인허가 및 착공실적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시멘트 출하량이 회복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영업환경은 악화되는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환경규제는 강화되고 있다. 시멘트 업계는 정부의 탄소중립 녹생성장 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12% 줄여야 한다.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2조8000억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매년 2500억원 정도씩 들어가는 기본설비투자는 별도다.
여기에 더해 환경부는 최근 시멘트 공장들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추가로 낮추도록 하는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를 달성하려면 대규모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시멘트 기업 대표들이 "현실을 반영해 재고해 달라"는 이례적 공동성명을 낼 정도로 강한 규제다. 가격을 낮추라면서 비용은 올리는 정부 부처간 엇박자다.
시멘트 산업이 수차례의 합종연횡을 거치며 과점화된 것은 사실이다. 과점시장에선 수요가 줄더라도 가격 탄력성이 떨어지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시멘트는 최근 폭염으로 가격이 급등해 일시적으로 수입한 배추 같은 상품과는 다르다. 시멘트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장치 산업이고 국가 기간산업이다. 수요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 환경규제 준수를 위한 대규모 투자라는 이중고를 견디고 있는 산업의 현실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을 기대한다.
김진형 산업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