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씨에게 편의점의 문턱이 사실상 벽이 돼버린 것은 6년 전부터다. 조씨는 희귀병을 앓으면서 하루 아침에 두 다리를 못 쓰게 됐다. 예전엔 출·퇴근길에 수시로 드나들던 편의점이지만 이제는 경사로가 설치된 편의점을 찾아 헤맨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1998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26년이 흘렀지만 경사로가 없어 쩔쩔매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흴체어를 탄 조봉현씨가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 인근에 있는 한 편의점에 들어가려고 하고 있다. /사진= 송정현 기자
장애인 등 편의법이 제정된 1998년에는 법 시행령 3조에 바닥 면적이 300㎡(약 90평) 미만인 점포는 경사로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도록 허용했다. 경사로 설치를 일률적으로 강제할 경우 특히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감당해야 할 비용 부담을 고려한 일종의 유예 조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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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항은 20년 넘게 유지되다가 서울중앙지법 민사 30부에서 경사로 미설치가 차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오고나서야 2022년 4월 바닥 면적 50㎡(약 15평) 미만 점포에 대해서만 미설치를 허용한다는 내용으로 개정됐다. 당시 재판부는 GS리테일에 대해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 안에 관련 법령이 시행된 2009년 4월 11일 이후 신축·증축·개축한 직영 편의점에 장애인이 통행 가능한 접근로 또는 이동식 경사로를 설치하거나 가게 외부에 호출벨을 설치해 직원을 통해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20년 이상 낡은 규정이 유지된 데 국가의 고의나 과실이 있는지, 이런 입법미비의 책임을 국가에 물을 수 있는지를 두고 오는 23일 오후 2시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진행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개변론을 여는 것은 2021년 6월 이후 3년여 만이다.
1심과 2심에선 국가의 고의성이나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지만 대법원에서 다른 판단이 나올 경우 입법 방치에 대해 배상 책임을 인정한 최초 사례가 된다. 교통약자의 이동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별개로 대법원 판결에서 입법미비에 대한 국가 책임이 일부라도 인정된다면 이 부분에서도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만약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다면 획기적인 판결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거나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개정 시한을 둔 경우가 많고 그 중엔 시한을 넘겨서 무효가 된 규정도 많은데 그런 사례에서 정부나 국회를 상대로 한 소송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를 하기 위해 자리해 있다. 2024.7.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