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분으로 기업 흔든다"…찬바람 불자 행동주의 펀드 기승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4.10.2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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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6차 본회의 대정부질문(경제)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2024.09.11.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6차 본회의 대정부질문(경제)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2024.09.11. [email protected] /사진=조성봉


찬바람이 불자 행동주의 펀드들이 다시금 기업 흔들기에 나섰다. 내년 주주 총회를 앞두고 주요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단위 주주환원 등 단기 성과를 노린 요구했다. 1% 남짓에 불과한 지분을 앞세워 경영에 무리하게 간섭하고 있다는 비판이 증권가와 산업계에서 제기됐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최근 두산밥캣 (43,000원 ▲2,800 +6.97%)의 지분 1%를 확보한 뒤 강력한 주주환원을 골자로 한 주주서한을 보냈다. 서한에서 얼라인파트너스는 두산밥캣이 보유하고 있는 1조5000억원의 자금을 배당 등으로 주주들에게 환원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금은 두산로보틱스와 합병을 계획했던 두산밥캣이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대비한 준비금인데 합병이 철회되면서 여유가 생겼으니 이를 달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비주력 자산을 매각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재계에선 얼라인파트너스가 소수 지분을 앞세워 두산그룹의 지배구조와 이사회 운영을 사실상 쥐락펴락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SK스퀘어 (88,400원 ▲1,400 +1.61%)도 최근 영국 기반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털의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팰리서캐피털은 최근 SK스퀘어의 지분 1% 이상을 확보한 뒤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요구하기 시작했는데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 확대, 이사회 멤버교체 등을 요구하고 있다. 팰리서캐피털은 과거 삼성물산을 상대로도 비슷한 주주 행동을 펼친 바 있다. 이번 SK스퀘어에 대한 공세 또한 단기 이익을 노린 전략으로 분석된다.



KT&G (106,800원 ▼700 -0.65%)는 수년째 국내 행동주의 펀드 플래시라이트 캐피털 파트너스(FCP)의 공격을 받고 있다. FCP는 최근 KT&G의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를 1조 900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의향서를 발송하는 등 노이즈 마케팅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문제는 주주의 전체 권익을 개선하겠다고 나선 행동주의 펀드들이 사실 본인들의 단기차익 매매에 집중해 왔다는 점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2022년 말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소수지분을 가지고 액션에 나섰다. 지배구조 재편만 이뤄지면 주가가 30만원을 넘어설 것이라며 행동주의에 불을 붙이고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비상무이사로 에스엠 이사진에 합류했으나 이후 소액주주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2023년 초 16만원을 넘었던 주가는 현재 6만원대까지 하락했고 얼라인파트너스와 관계자들은 지분을 일부 현금화해 비난을 받았고 카카오는 에스엠의 주가상승 등 시세조종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KT&G를 공격하는 FCP도 마찬가지인데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다보니 다른 행동주의 펀드에서도 비판을 받는다. 홍콩계 증권사 CLSA는 최근 "FCP가 KT&G의 인삼사업 지분 100%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은 비현실적이며, 인수자금 능력도 불확실하다"는 리포트를 냈다.


증권가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최근 다시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기업 경영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라며 "그들의 요구가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되어 있으며,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상장사에 대한 요구사안/그래픽=김현정행동주의 펀드의 상장사에 대한 요구사안/그래픽=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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