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고객은 미래가 아닌, 과거를 바라봅니다

머니투데이 정도성 에픽어스 대표 2024.10.27 09:00
글자크기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투데이 窓]고객은 미래가 아닌, 과거를 바라봅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출판업계와 서점들은 기쁨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독서율 하락을 우려하던 걱정은 잠시 접어두게 됐다. 한국 출판업계의 도약을 위한 새로운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잔칫집 분위기인 출판업계와는 달리 온라인 지식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최근에 들려온 두 회사의 소식 때문이다.



퍼블리의 콘텐츠 부문이 뉴닉에 인수됐고, 얼룩소는 파산했다. 두 회사는 텍스트 기반 콘텐츠 산업에서 상징적인 존재였기에 많은 이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주목받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했던 만큼 지식 콘텐츠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스타트업 씬에서는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들에 대한 많은 생각이 들지만, 섣불리 말을 덧붙이는 것은 조심스럽다. 결과만으로 성공과 실패를 이야기하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을 견디며 노력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고객이 지식 콘텐츠를 소비하는 흐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서로 다른 시선들이 모인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고객들이 지식 콘텐츠를 소비하는 첫걸음은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시작될 때가 많다. 불안하기 때문에 재테크를 하고, 불안 때문에 이직을 준비한다. 이 분야에서는 현재, 즉시 실행 가능한 콘텐츠가 인기를 끈다. 회사 업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스킬이나 큰 돈이 없어도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재테크 콘텐츠가 주목받는 이유다. 이러한 콘텐츠에서는 "오늘 당장 써먹어라"는 메시지가 자주 등장한다. 불안한 미래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들은 현재에 집중하게 된다. 고객들의 시선의 범위는 현재와 미래에 걸쳐 있다. 자기계발 콘텐츠를 통해서 성장과 성취를 거듭하면서 결국 '왜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만나게 된다. 일의 의미를 찾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질문의 답은 정체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일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명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체성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인문학으로 시선을 옮기게 된다. 자기계발에서 인문학으로 완벽하게 시선을 옮기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들은 자기계발을 위한 콘텐츠에 인문학이 추가되기도 한다. 이 단계에서 고객의 시선은 현재나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향하기 시작한다. 과거의 선택과 보낸 시간들을 되짚어야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체성에 대한 답을 찾은 고객들이 다음으로 맞닥뜨리는 질문은 더욱 근원적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면, '나는 도대체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근본적인 존재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이 분야에서 답을 줄 수 있는 것은 종교와 철학밖에 없다. 자기계발에서 시작해 인문학을 지나 종교와 철학에 도달한다. 고객의 시선이 미래에서 현재, 그리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10년 넘게 지식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다양한 고객들을 직접 만나왔다. 대부분의 고객들이 이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성장을 위한 자기계발 콘텐츠 사이클에 얼마나 길게 머무느냐, 정체성을 찾기 위한 콘텐츠에 머무는 시간이 다를 뿐이다. 시선이 변화하는 방향은 언제나 비슷했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이제 막 시작했다면 25살의 고민과 45살의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을 때도 많다. 우리가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도 고객 스펙트럼이 매우 넓고, 서점에서 진행하는 독서 모임에 20대와 60대가 함께 어울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고, 새로운 고객을 만들어가는 것이 기본이다.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고객의 생애주기가 아닌 콘텐츠 소비 주기에 집중해야 한다. 고객들의 변화에 발맞춘 콘텐츠를 제공해야 고객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 고객의 시선은 미래에서 출발해 현재를 지나 과거를 향하고 있는데, 우리만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