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으로 시작한다. 최상목 부총리가 지난 16일 공급망안정화위원회에서 '경제하려는 의지'를 이야기했을 때 이해하지 못했다. 경제하려는 의지라니, 그렇다면 경제하다라는 동사가 있었나.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았다. 경제하다는 '돈이나 시간, 노력을 적게 들인다',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라는 두 개의 뜻을 가리켰다.
전자는 경제의 영어 동사형(economize)에 절약하다라는 뜻이 있으니 그러려니 했다. 후자도 경제라는 단어가 세상을 다스리고 사람을 구제한다는 경세제민(經世濟民)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마찬가지로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사전에 나온 뜻이 최 부총리 발언의 맥락과 맞지 않았다. 이어진 궁금증 끝에 해답을 찾았다. 경제하려는 의지는 197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아서 루이스가 제시한 개념이다.
최 부총리가 경제하려는 의지를 이야기한 날, 통계청은 고용동향을 발표했다. 고용률은 역대 최대, 실업률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 정부 청와대가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 정도로 매달렸던 고용동향은 겉으로 보기에 정부의 근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일부 지표에서 위험 징후가 감지된다. 특히 일자리의 현재이자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청년들의 고용 지표가 암울하다.
그냥 쉬는 청년들이 늘어난 배경은 복합적이다. 경력자를 선호하는 수요 측면, 구직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공급 측면 등을 봐야 한다. 누굴 탓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이 상황을 이해하고 넘기기엔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간단치 않다. 모든 기관은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을 우려한다. 근본적인 원인은 저출생과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다.
일할 사람이 줄고 있는데, 쉬고 있는 청년들까지 늘고 있다는 건 우리 경제의 미래에 희망이 없다는 것과 같다. 경제하려는 의지는 과거 개발경제 시기의 유물이 아니다. 경제하려는 의지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성장의 슈퍼스타'야말로 과거의 유물로 남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다음달 청년 등의 경제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발표한다. 경제하려는 의지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의지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