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하려는 의지[우보세]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2024.10.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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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불확실성과 불안감은 경제주체의 경제하려는 의지를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

고백으로 시작한다. 최상목 부총리가 지난 16일 공급망안정화위원회에서 '경제하려는 의지'를 이야기했을 때 이해하지 못했다. 경제하려는 의지라니, 그렇다면 경제하다라는 동사가 있었나.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았다. 경제하다는 '돈이나 시간, 노력을 적게 들인다',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라는 두 개의 뜻을 가리켰다.

전자는 경제의 영어 동사형(economize)에 절약하다라는 뜻이 있으니 그러려니 했다. 후자도 경제라는 단어가 세상을 다스리고 사람을 구제한다는 경세제민(經世濟民)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마찬가지로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사전에 나온 뜻이 최 부총리 발언의 맥락과 맞지 않았다. 이어진 궁금증 끝에 해답을 찾았다. 경제하려는 의지는 197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아서 루이스가 제시한 개념이다.



개발경제학 분야의 권위자인 아서 루이스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경제하려는 의지(the will to economize)에서 찾았다. 그가 제시한 경제하려는 의지는 국민의 근로의욕, 성실성, 도전정신 등을 의미한다. "잘 살아보자"는 구호 아래에서 성장을 일궈낸 한국의 사례와 연결된다. 지난 8월 세계은행 보고서의 표현대로 '성장의 슈퍼스타'인 한국과 인연이 적지 않다.

최 부총리가 경제하려는 의지를 이야기한 날, 통계청은 고용동향을 발표했다. 고용률은 역대 최대, 실업률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 정부 청와대가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 정도로 매달렸던 고용동향은 겉으로 보기에 정부의 근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일부 지표에서 위험 징후가 감지된다. 특히 일자리의 현재이자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청년들의 고용 지표가 암울하다.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 중 20대의 '쉬었음' 인구는 1년 전보다 6만3000명(17.9%) 늘어난 41만6000명이다. 30대의 '쉬었음' 인구도 17.0% 증가한 32만4000명이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취업도 실업도 아닌 상태에 놓여 있는 사람이다. 육아, 가사, 재학 등이 주된 이유다. '쉬었음'은 이런 이유 없이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쉬는 것이다. 경제하려는 의지와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다.

그냥 쉬는 청년들이 늘어난 배경은 복합적이다. 경력자를 선호하는 수요 측면, 구직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공급 측면 등을 봐야 한다. 누굴 탓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이 상황을 이해하고 넘기기엔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간단치 않다. 모든 기관은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을 우려한다. 근본적인 원인은 저출생과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다.

일할 사람이 줄고 있는데, 쉬고 있는 청년들까지 늘고 있다는 건 우리 경제의 미래에 희망이 없다는 것과 같다. 경제하려는 의지는 과거 개발경제 시기의 유물이 아니다. 경제하려는 의지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성장의 슈퍼스타'야말로 과거의 유물로 남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다음달 청년 등의 경제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발표한다. 경제하려는 의지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의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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