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의 적 美에 대응…러-이란 파트너십 강화

머니투데이 김상희 기자, 최성근 전문위원 2024.10.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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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17일(현지시간) 테헤란을 방문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2024.09.18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테헤란 AFP=뉴스1) 우동명 기자(테헤란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17일(현지시간) 테헤란을 방문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2024.09.18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테헤란 AFP=뉴스1) 우동명 기자


러시아와 이란의 미국이라는 공통의 적에 맞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와 이란의 연대는 정권을 지키기 위한 '저항과 상호 생존의 파트너십'으로 이는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위협적으로 인식하는 한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러시아와 이란의 유대관계는 독재체제에 대한 내부 저항과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모두 혁명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수많은 대중 봉기를 진압하기 위해 폭력에 반복적으로 의존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카네기 재단은 "지난 2010년 '아랍의 봄' 시위는 서방의 인도주의적 개입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 특히 리비아 카다피 정권의 몰락을 지켜본 러시아와 이란은 외교 안보와 정권 생존을 위해 서로 의존하게 됐다"고 말했다.



양국 관계는 내전 위기에 처한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더욱 돈독해졌다. 시리아는 이란의 유일한 지역 동맹국이자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러시아는 지중해의 유일한 해군기지를 시리아 타르투스에 주둔시킬 정도로 중요한 파트너다. 이에 러시아와 이란은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아사드 정권을 지키기 위해 지상군 파견과 유엔 결의안 반대 등 공동전선을 취했다. 동시에 양국은 합동군사위원회를 설립해 군 수뇌부 교류, 군사 아카데미 설립, 군사시설 방문 등 안보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카네기 재단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이란의 파트너십이 한 단계 진화했다고 분석했다. 이전까지 양국의 안보 협력에서 러시아가 우월적 지위를 차지했고, 특히 무기 거래에 있어서 일방적인 공급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서방의 제재에 직면하면서 러시아는 이란으로부터 무기를 공급받기 시작했다. 이란은 러시아에 필요한 공격용 샤헤드 드론, 30만 개 이상의 포탄, 100만 발의 탄약, 수백 기의 탄도미사일 등을 공급했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러시아는 이란에게 절실한 SU-35 전투기와 Yak-130 훈련기, Mi-28 공격 헬리콥터 등 첨단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기로 계약했다.



카네기 재단은 "강화된 러시아와 이란의 연대는 약화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다극적 세계질서에 대한 공동의 열망을 키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와 이란은 서방의 제재를 미국의 일방주의를 위한 도구로 인식한다. 따라서 대안적 금융 시스템과 비서방 파트너들과의 긴밀한 경제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또 제재 회피를 위해 유조선 추적 시스템 비활성화, 공해상에서의 선박 이전, 석유 원산지 은폐 등의 전술을 공유하며 주요 수입국인 중국과 전략적 협력도 강화한다.

서구 중심의 국제질서에 불만을 부추기면서 에너지와 무기 제공 등을 통해 '글로벌사우스(남반구의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와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불량 국가인 북한, 벨라루스, 시리아뿐 아니라 독재국가인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수호하기 위해 군사 및 재정 지원도 마다하지 않는다. 카네기 재단은 "양국은 서구 중심 국제질서에 균형을 구축하기 위해 브릭스플러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 유라시아경제연합 등 다자 간 기구의 참여를 확대하고 인도까지 끌어들여 '국제남북교통회랑(INTC)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이란의 관계에도 불안 요인은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이란과 적대관계에 있는 이스라엘과 오랫동안 외교적으로 친밀한 사이를 유지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난 4월 이스라엘이 시리아에 있는 이란 대사관을 폭격했을 때 침묵으로 일관했다. 또 러시아는 이란이 경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걸프 아랍 국가들과 통상관계를 맺고 있으며 지도자들 간 친분도 있다. 글로벌 석유 시장에서 암거래 의존도가 높아지고 구매자를 유치하기 위한 가격경쟁을 벌이는 것도 러시아와 이란 사이의 갈등 요인이다.

카네기 재단은 "러시아와 이란의 연대는 어떤 공유하는 가치나 상호 이익에 기반한 동맹과 다르다. 신정주의인 이란과 반이슬람주의인 러시아는 이익과 가치가 서로 상충하지만, 미국이라는 공통의 적을 통해 유대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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