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2억장 넘게 팔린 어쌔신크리드 시리즈. /사진=유비소프트
사실 중국의 게임업체 사냥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중국 게임사 및 펀드들이 전 세계의 유명 게임사들을 쇼핑하는가 하면, 국내에서도 상당수 메이저 게임사에 2~3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이번 유비소프트 인수는 텐센트, 나아가 중국 게임업계의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완성시킨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브 기예모 유비소프트 CEO. /사진=북미 유비소프트 유튜브 캡처
유비소프트가 처음 이름을 알린 건 1990년대 아타리와 플레이스테이션에 내놓은 '레이맨'을 통해서였다. 2000년에 톰 클랜시의 IP(지식재산권)를 보유한 레드스톰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고, 이를 통해 FPS(1인칭슈팅)게임의 고전 '레인보우식스'를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최근 2~3년 간 여러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 어설프게 도입했던 NFT(대체불가토큰) 시스템은 사후지원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급하게 마무리했고, 단기 수익을 위해 기존 게임들의 운영을 사실상 방치한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2022년부터 주요 개발진들이 단체로 퇴사하기도 했다. 지난해 청추문 사건으로 임원진이 대거 퇴사하는가 하면, 올해는 재택근무 종료 방침에 반발한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유비소프트 인수로 완성될 텐센트의 모바일·PC·콘솔 포트폴리오
/사진=유비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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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논의는 텐센트가 유비소프트의 경영권을 정조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비소프트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기예모 브라더스'의 최대주주를 노리고 있다. 유비소프트의 IP를 텐센트 그룹이 통합 관리하려 한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텐센트는 자체 모바일 게임 라인업에 더해 2016년 클래시오브클랜으로 알려진 핀란드 슈퍼셀을 인수하며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이에 앞서 2011~2015년 LoL(리그 오브 레전드)를 만든 라이엇 게임즈의 지분 100%를 확보하며 PC게임 시장도 장악했다. 유비소프트 인수는 텐센트의 게임 포트폴리오에 있어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콘솔 분야까지 아우르는 행보가 될 수 있다.
"게임은 아편"이라던 중국 정부의 전향적 태도, M&A 힘 실어주나
중국 콘솔게임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게임사이언스의 '검은 신화: 오공' 플레이 영상. /사진=소니
지난해부터 내수 경기가 침체되며 활로를 모색하던 중국 정부는 게임산업을 돌파구 중 하나로 꼽고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최근 스팀에서 호평을 받으며 글로벌 콘솔 시장에서 처음으로 흥행에 성공한 중국 게임 '검은 신화: 오공'의 경우 게임 내 배경인 화과산에 방문하는 게이머들에게 중국 지방정부가 이벤트를 열어주는 등 '민관합동' 마케팅까지 펼치며 지원사격했다.
공교롭게도 텐센트가 인수하려는 유비소프트 역시 콘솔 게임 명가다. 그동안 모바일과 PC게임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중국 게임업계가 이젠 콘솔 시장까지 손을 뻗치고 있고, 중국 정부가 과거와 달리 한층 유해진 눈길로 이들을 돕는 형국이다.
콘솔 불모지 한국, 글로벌 M&A로 탈출구 찾을까
/사진=스텔라 블레이드 트레일러 캡처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2년 국내 게임시장의 분야별 비중에서 콘솔은 5.1% 수준에 그치고 있다. 모바일(58.9%)과 PC(26.1%)에 비하면 극히 낮은 비중이다. 여전히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에 치중된 장르도 글로벌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게 한다. 2022년 한국 게임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7.8%로, 미국(22.8%)과 중국(22.4%)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글로벌 M&A가 있다. 그동안 내수 시장에서 실탄을 확보한 국내 게임사들이 글로벌 콘솔업체 및 비MMORPG장르 개발사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부진에 빠진 엔씨소프트 (193,100원 ▲3,200 +1.69%) 등 주요 게임사들의 현금성 자산은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라며 "내부에서 혁신을 찾기 힘들다면 돈을 주고 외부의 혁신을 수혈해오는 것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