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깨어지는 '공동부유'의 약속 [PADO]

머니투데이 김동규 PADO 편집장 2024.10.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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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요즘 중국 경제에 대한 소식은 어느 하나 긍정적인 게 없습니다. 잠깐 중국 증시를 달아오르게 했던 당국의 부양책도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3분기 성장률은 5%에 못 미쳐 최근 18개월 중 최저치입니다. 어떤 경제도 영원히 고속 성장을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도 일본도 모두 그런 단계를 거쳤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경우, 아직 국민들이 충분히 부유해지지도 못했는데 피크를 찍어버렸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1인당 GDP는 한국이나 일본의 3만 달러는 커녕 말레이시아, 멕시코, 아르헨티나의 1만3000달러 수준에 불과합니다. 불평등의 척도로 흔히 사용되는 지니계수도 한국과 일본(0.33가량)보다 높은 0.46입니다. 시진핑이 마오쩌둥 시대에서 새롭게 발굴해 내세웠던 '공동부유'의 기치가 무색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 전문 매체 더와이어차이나는 10월 6일자 기사에서 중국 저소득층 시민들의 절망과 체념을 절절히 보여줍니다. 역사상의 공산주의 혁명을 연구해보면 공산주의자들은 언제나 '농민'에 대해 복잡한 심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레닌, 마오쩌둥, 김일성 모두 정권을 잡는 단계에서는 '토지는 농민에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마치 자영농을 육성할 것처럼 합니다. 농민을 혁명의 주력인 노동자쪽으로 끌어당기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집권이 완성된 이후에는 농민을 버리는 단계로 넘어갑니다. 농민은 기본적으로 무산계급인 노동자가 아니라 자신의 생산수단을 가지고 있는 말하자면 '쁘띠 부르주아지' 즉 소자본가, 작은 유산계급입니다. 따라서 공산혁명의 완성에 방해가 되는 계급입니다. 러시아 공산주의 역사를 보면 농민 계급의 '쁘띠부르주아성'을 파괴하는 급진주의를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당분간 인정해주고 농민 계급의 소비를 활성화해 경제를 성장시켜나간다는 실용주의를 추구할 것인지 끊임없이 논쟁합니다. 중국의 '후커우' 제도도 농민 계급에 대한 공산주의자들의 의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이 내수를 확충하고 경제성장을 지속적으로 해나간다면 결국은 농민 계급에 대한 의심을 버려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후커우 제도를 폐지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한국은 토지개혁을 통해 소농을 육성했고, 새마을운동을 통해 소농의 생산성을 올리면서 많은 소농의 도시 노동자로의 전환을 도왔습니다. 결국 한국의 경제발전사의 중심에 농민 문제의 해결이 있었던 것입니다. 중국 경제전문가 조 스터드웰 또한 저서 '아시아의 힘'에서 한국과 대만의 성공 비결을 성공적인 토지 개혁에서 찾습니다. 중국의 '공동부유'와 후커우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중국 농민 문제를 특히 염두에 두고 이 기사를 읽으시면 유익하리라 생각됩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린시는 매일 22층까지 물통을 들고 계단을 오른다. 상하이 북쪽으로 약 560km 떨어진 산둥성 린이시에 위치한 그의 삭막한 아파트에서, 그는 바닥에 놓인 가스레인지로 간단한 식사를 준비하고 태양광 발전기로 불을 밝힌다. 딸들을 위해 임시 침대로 텐트를 친다.

린은 14세 때부터 공장 조립라인에서 일해왔다. 두 아이의 싱글맘인 그는 딸들에게 집을 마련해주고자 2021년 저축을 털어 아파트 계약금을 치렀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부동산 부문의 과도한 대출을 단속하자 개발사인 컨트리가든이 자금난에 빠지면서 아파트 공사가 중단됐다.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최근 전국의 비슷한 상황에 처한 많은 다른 주택 소유자들처럼 그는 전기도 수도도 없는 "썩어가는 집"으로 이사했다.

"길을 잃은 것 같고 희망이 없어요."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에 아이들을 따뜻하게 해줄 방법이 걱정인 린이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린이에서 500km 떨어진 허난성 정저우의 한 농촌 출신 이주 노동자는 그 심정을 안다고 말한다. QQ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나눈 황 씨라는 이 남성은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시골에 계신 연로하신 부모님을 부양하기 위해 하루 거의 14시간을 승차 공유 서비스 운전기사로 일한다고 말했다. 업황이 악화되면서 그의 수입은 2021년 월 5000위안(70만 원)에서 현재 3000위안(42만 원) 조금 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의 부모님이 받는 연금은 월 120위안(2만 원)으로 일상 경비를 겨우 충당할 정도다. 생계를 꾸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황은 연간 400위안(6만 원)의 기본 의료보험료 납부를 중단했다.

"우리가 원하는 건 기본적인 사회 보장과 공정한 환경이에요." 그가 말했다. "우리 아이들이 싸워볼 기회라도 있는 그런 환경 말이에요."

린과 황 모두 원래 이렇게 되려고 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2021년, 중국 경제가 40년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 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국가의 눈에 띄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부유' 슬로건을 부활시켰다. 그해 초 절대 빈곤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한 시진핑은 다시 한번 중국 경제를 조정해 국가의 놀라운 부를 더 공평하게 분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듯했다. "공동부유의 실현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당의 통치 기반과 관련된 중대한 정치적 문제입니다." 2021년 초 시진핑은 관리들에게 말했다. "메울 수 없는 빈부 격차가 생기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공동부유는 즉시 당의 최상위 의제가 됐다.



"신문을 펴거나 뉴스를 보면 늘 공동부유에 이야기였어요. 미디어, 정치 담론, 시진핑의 연설, 학교 교과과정 모든 곳에요." 아시아소사이어티 중국분석센터의 중국 경제 연구위원 리지 리가 말했다. "부의 격차가 통제를 벗어났다는 게 바로 문제의식이었어요. 이제 이를 되돌리고 부를 더 공평하게 재분배해야 한다는 거죠."

관리들은 소득 분포가 양 끝은 작고 중간이 큰 올리브 모양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경제 정책 결정에서 시진핑이 과도한 역할을 행사한다고 지적하는데 그는 중간을 불리기 위해 양 끝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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