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구청장'이 선보이는 '노노케어'

머니투데이 홍세미 기자 2024.10.2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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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정책 활용법]가가호호 기억친구 등 ‘노인 정책’ 본보기

▲돌봄봉사단과 어르신 집에 방문한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사진제공=영등포구청▲돌봄봉사단과 어르신 집에 방문한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사진제공=영등포구청


고령화 현상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노인 빈곤과 돌봄, 사회활동 정책 과제들이 일선 지자체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1일 서울시 영등포구에 따르면 구는 어르신이 어르신을 돕는 ‘노노케어(老老 CARE)’와 ‘독박 간병’을 벗어나게 하는 ‘요양보호가족 휴식제도’,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디지털 실전 밥상’ 등을 도입했다.

구의 대표적인 ‘노노케어’ 정책은 ‘가가호호 기억친구’다. '집마다 친구가 방문한다'는 의미를 담은 이 정책은 어르신 일자리 참여자가 주 1~2회 치매 어르신 가정에 방문해 치매예방을 위한 인지훈련과 신체활동을 활동을 돕는다. 복지 정책과 동시에 일자리 정책인 것이다.



주로 혼자 사는 치매 어르신을 대상으로 선정하며, 참여자들은 2인 1조로 방문한다. 주기적인 방문을 통해 가족과 왕래가 드문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하고, 고독사를 예방하는 역할도 맡는다. 참여 어르신들은 가정 내에서 치매 어르신과 숫자연산, 단어연상, 색칠하기, 보드게임, 학습지 공부 등 다양한 인지활동을 함께 하며 치매 악화를 방지한다. 소근육 운동, 손지압기와 밴드를 활용한 체조, 스트레칭을 통해 신체기능과 기억력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한다.

거동이 불편해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어르신들의 친구이자 말벗이 되기도 한다. '가가호호 기억친구'에 참여한 관계자 A씨는 “거동이 불편해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어르신들의 친구이자 말벗이 돼 드리고 있다”며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으로 어르신들의 고립감과 우울감을 덜어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박 간병 없어요"..'요양보호가족 휴식 제도' 시행
구는 요양 부담을 안고 있는 치매 어르신의 ‘돌봄 가족’을 위한 정책인 '요양보호가족 휴식 제도'를 진행하고 있다.치매 등 노인성 질환을 앓는 어르신 가정에 자원봉사자가 방문, 간병의 부담을 가진 가족들에게 휴식을 보장하는 정책이다. 정부가 2017년 ‘치매 국가책임제’를 발표하며 치매환자를 적극 지원하고 있지만, 돌봄가족에 대한 지원책은 상대적으로 미비하다는 점에 주목해 이 같은 제도를 만들었다는 게 구의 설명.

봉사자들은 영등포구 보건소 치매안심센터 등으로부터 돌봄봉사교육을 수료한 후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현재 720여명의 봉사자들이 활동 중이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갖췄다.

봉사자들은 치매 어르신의 의약품 복용을 지도하는 등 건강관리를 돕거나, 외출에 동행하며 실생활을 보조하기도 한다. 봉사자들이 어르신과 시간을 보내는 동안 돌봄가족은 휴식을 누릴 수 있다.


정책 수혜자들은 대부분 만족했다. 영등포구가 지난해 10월~11월 두 달에 걸쳐 진행한 만족도 조사에서 수혜자 중 92.4%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특히 ‘삶의 활력 증가’(87.9%), ‘휴식 시간 보장’(81.8%), ‘돌봄 부담 감소’(78.9%) 등이 장점으로 꼽혔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이 어르신 인지향상 지원활동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영등포구청▲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이 어르신 인지향상 지원활동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영등포구청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한 최호권 구청장...“디지털 격차 해소 목표”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30년간 몸담은 공직에서 물러난 직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할 정도로 ‘노인복지’에 관심이 많다. 최 구청장은 서울시 25개의 자치구청장 중 유일하게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지역 내 170개 경로당 모두를 방문, 2200여명의 어르신을 직접 만나며 소통하기도 했다.



앞으로 최 구청장은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디지털 실전 밥상’을 운영할 예정이다. 디지털 전문 강사가 경로당을 방문해 키오스크, 스마트폰앱 이론 수업이 진행하는 정책이다. 어르신들과 키오스크가 있는 식당 및 카페로 이동해서 실전 연습하고 키오스크에서 직접 주문해 음식을 수령 후 함께 식사까지 진행된다.10월부터 오는 11월까지 두 달간 43개 구립 경로당 순회 교육이 이뤄진다. 내년 예산에도 반영돼 170개 전체 경로당에 시행 예정이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우리 구에서 선도적으로 추진된 모범사례가 전국으로 확산돼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 누리는 것이 바로 ‘지방자치’를 실현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보내실 수 있도록 더욱 고민해 365일 효도를 실천하는 ‘효자구청 영등포’를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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