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불똥'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소상공인 플랫폼 진출 더 옥죄나?

머니투데이 세종=오세중 기자 2024.10.1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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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대규모유통업법·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공정회장 앞에서 벤처 협회 관계자들이 정산기한 단축과 판매대금 별도관리안에 대한 반대 입장이 담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대규모유통업법·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공정회장 앞에서 벤처 협회 관계자들이 정산기한 단축과 판매대금 별도관리안에 대한 반대 입장이 담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이른바 '티메프'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가 발표한 법개정안이 오히려 소상공인들의 온라인 플랫폼 진출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규제가 늘어 대형 플랫폼만이 생존 가능해지는 독과점 형태가 될 경우 소상공인의 온라인 진출 진입장벽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1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의 핵심은 △대금 정산 기한 도입 △대금 별도 예치 의무다.



온라인 중개 판매 플랫폼은 소비자가 구매를 확정한 뒤 20일 안에 대금을 판매자에게 지급해야 하고 판매 대금의 50%를 은행 등 별도 금융기관에 예치해야 한다.

현재 미정산 피해액만 약 1조 2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티몬, 위메프발 사태를 막기 위한 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개정안이 적용될 경우 중소형 플랫폼은 자금 운용 한계에 부딪쳐 소멸될 수 없다는 게 e-커머스 업계의 우려다.

실제 티메프 사태 이후 지난 지난 9월 23일 진행된 '대규모유통업법,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합동 공청회'에서 대형 플랫폼 독과점화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조성현 온라인쇼핑협회 사무총장은 "티메프 사태의 원인은 큐텐의 무리한 경영으로 인한 개별기업의 일탈과 감독 책임이 있는 금융감독원의 부실하고 안일한 대응"이라며 "셀러에게는 정산 기한이 긴 중소형 플랫폼에 입점할 유인이 줄어들어 자금이 풍부한 대형, 해외 플랫폼만 남아 독과점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티메프 사태 이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위축되면서 매출 감소 등으로 운영 중이던 중소 이머커스 플랫폼(1300k, 알렛츠 등)이 잇따라 문을 닫았다.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으로 중소·스타트업 플랫폼이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으면 성장에 발목이 잡힐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대형 플랫폼 집중도가 높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신규 플랫폼의 진입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특정(대형, 해외) 플랫폼의 독과점시장으로 판세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TOP 10에 들어가는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던 티몬, 위메프가 무너지면서 대형 플랫폼으로 쏠림 현상은 이미 시작됐다.

티메프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 6월 종합몰앱 월간활성이용자(MAU)를 기준으로 티몬, 위메프는 △1위 쿠팡 (3129만명) △2위 알리익스프레스 (837만명) △3위 테무 (823만명) △4위 11번가 (712만명) △5위 G마켓 (497만명)에 이어 이커머스 시장에서 각각 6위, 7위였다.

그러나 티메프 사태 이후 지난 9월 쿠팡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전월 대비 0.9% 증가했다. 8월 자체 운영 중인 유료 회원제 '와우 멤버십' 회비를 3000원 가량 인상했음에도 이용자 수가 늘어난 것이다.



높은 브랜드 인지도 공격적 마케팅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국내·해외 플랫폼 각축장 속에서 중소 플랫폼 생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나아가 국내 소상공인의 피해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소상공인들에게 온라인 플랫폼 진출이 필수불가결한 성장요건인 상황에서 대형 플랫폼 입점시 지금도 횡행하고 있는 불리한 계약조건, 마케팅 비용 지출 요구가 있어도 온라인 진출을 포기하거나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해 러그 등을 판매하는 A대표는 "현재도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제품 홍보, 마케팅을 위한 비용을 많이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형 플랫폼의 독과점이 심해지면 계약조건이 더 불리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소상공인은 온라인 시장에서 약자로 실제 지난 3년간 홈쇼핑 시장진출에 도전했지만 머천다이저(MD)를 만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며 "중소기업유통센터의 도움(온라인 진출사업)을 받아 홈쇼핑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는데 공공기관의 정책적 지원이 없으면 인력, 자금 등 문제로 수차례 문턱을 넘어보려 애쓰다 마음이 꺾여 진출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런 중소상공인의 수요에도 불구하고 티메프 사태로 온라인 시장 진출 지원 예산은 삭감됐다. 올해 1019억 3000만원이던 중기유통센터의 '소상공인 온라인 판로지원사업' 예산이 2025년 796억9500만원으로 무려 22%나 줄어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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