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뷰' 2000원 식사하는 직원들…19층엔 BTS 진 '라방' 찍은 곳이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민수정 기자 2024.10.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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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의 본산지, 용산 하이브 사옥 탐방기

  하이브 사옥 19층에서 한강을 내려다 보며 커피 한 잔. /사진=김소연 기자 하이브 사옥 19층에서 한강을 내려다 보며 커피 한 잔. /사진=김소연 기자


"어떻게 오셨죠?" 묵직한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서 두리번거리자마자 보원요원이 다가왔다. 아뿔싸! 자연스러웠어야 했는데.

아이돌 사진이 곳곳에 붙어있고, K팝이 흘러나오며, 시끌벅적 활기가 넘칠 것이라는 예상과 180도 다른 모습. K팝의 성지, 하이브 본사 첫인상은 큰 유리문만큼이나 묵직했다.



하이브 사옥 로비/사진=김소연 기자하이브 사옥 로비/사진=김소연 기자
"아, 약속이 돼 있어요." 허락을 맡고 방문했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근엄한 표정의 보안요원은 쉽사리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한동안 따가운 눈빛이 등 뒤로 따라다녔다. 1억명 가까운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방탄소년단(BTS)의 본거지 다웠다.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을 찾았다./사진=민수정 기자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을 찾았다./사진=민수정 기자
지난달 말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 위치한 하이브 본사를 찾았다. 맑은 날씨, 혹시라도 BTS를 마주칠까 본사를 찾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커다란 유리문을 밀고 로비에 들어서자 천장에 닿을 듯한 키 큰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로비 한 켠 정원을 제외하면 온통 회색빛 인테리어가 모던한 인상을 풍겼다. 정문 왼편 'HYBE'라는 입간판이 아니었다면 IT 회사인줄 착각할 뻔했다.

하이브 로비 한켠 정원/사진=민수정 기자하이브 로비 한켠 정원/사진=민수정 기자
로비에 위치한 출입 게이트. 신분증을 맡기고 방문증을 받았다./사진=민수정 기자로비에 위치한 출입 게이트. 신분증을 맡기고 방문증을 받았다./사진=민수정 기자

신분증을 맡기고 출입증을 받아 보안게이트를 통과했다. 직원들은 안면 인식, 혹은 출입 카드로 입장했다. 외부인들은 출입증이 필요했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엘리베이터에 탔다. 19층까지 이동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 여러 대가 위치한 공간에 하이브 소속 아이돌의 뮤직비디오가 연달아 상영되고 있었다.



유니콘 같은 그들, BTS는 어디에
엘리베이터 앞 디스플레이./사진=김소연 기자엘리베이터 앞 디스플레이./사진=김소연 기자
이제야 엔터사답다는 생각이 들던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르 열렸다. 혹시 우연처럼 익숙한 얼굴과 마주칠까 설렜지만 기대가 물거품이 되는 건 순식간.

그들과 나는 하이브에 있었지만, 같은 하이브는 아니었다. 직원들과 아티스트는 사용하는 층부터 엄격히 구분하고 있었다.



아티스트가 사용하는 층의 버튼은 모조리 회색 테이프로 막혀 있었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금지된 버튼을 눌러봤지만, 역시나 접근불가였다. '어딜 감히 BTS를!' 누르기 무섭게 도로 튀어나오는 버튼이 말하는 듯 했다.

하이브 엘리베이터. 아티스트 이용층은 아예 출입이 불가하다./사진=김소연 기자하이브 엘리베이터. 아티스트 이용층은 아예 출입이 불가하다./사진=김소연 기자
하이브 본사 사옥은 지하 7층부터 지상 19층, 전체 면적 약 6만㎡ 규모를 자랑한다. 멀티 레이블을 모두 수용하는 크기다. 큰 건물 전체를 하이브가 임차해 쓴다. 엔터테인먼트 특수 시설(2~6층), 사무용 공간(7~16층), 복지 공간(17~19층) 등 크게 세 섹션으로 나뉜다.



그중 외부인에게 허용된 공간은 극히 적었다. 아쉬움을 삼킨 채 허용된 복지공간, 18층으로 향했다. 이 곳은 하이브의 구내식당이다. 물론 이곳에도 아티스트는 없다. 하이브 직원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으로, '풀무원푸드앤컬쳐'에서 지난해 4월부터 위탁 계약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헛헛한 마음은 든든한 식사로 채우자!
하이브 사내 식당/사진제공=하이브하이브 사내 식당/사진제공=하이브
구내 식당은 4면이 모두 뻥 뚫린 통창뷰를 자랑했다. 식당 정면은 한강 노들섬, 오른쪽은 밤섬이 보였다.

합정 근처 한강 뷰 레스토랑을 가려면 1인당 10만원은 각오해야 하는데, 매일 이런 곳에서 점심을 먹는다면 애사심이 끓어오를 것 같았다.



사내 식당은 평일 기준 중식과 석식, 두 끼 이용할 수 있다. 하이브 직원이라면 1끼에 2000원씩, 이용한 식사 수만큼 월급에서 공제한다. 외부인을 초청해서 먹을 수도 있지만 한 끼 9000원을 받는다.

직원이 모바일 앱으로 점심을 주문하고 있다. 오른쪽은 간식 코너/사진=김소연 기자직원이 모바일 앱으로 점심을 주문하고 있다. 오른쪽은 간식 코너/사진=김소연 기자
하이브 구내식당 샐러드 코너, 한식코너와 일품요리 코너/사진=김소연 기자하이브 구내식당 샐러드 코너, 한식코너와 일품요리 코너/사진=김소연 기자
구수한 밥 냄새는 여느 회사들과 다를 바 없었지만, 점심 시간인데 식판을 들고 길게 늘어선 인파가 보이지 않았다. "직원들이 외근을 자주 가나요?"라고 묻자 "원래 이렇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IT 회사를 지향하는 하이브답게 구내식당도 모바일 앱으로 예약하는 시스템이다. 점심은 오전 11시30분~오후 2시 사이, 저녁은 오후 6~8시 사이 직원 전용 모바일앱 '온하이브'를 통해 10분 단위로 이용시간과 메뉴를 사전 예약해 대기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점심은 4개 코너로 한식, 일품요리, 수제 샐러드, 완제 샐러드 중 고를 수 있었다. 매월 1회 특식도 제공한다. 지난해 초복과 중복에는 장어덮밥, 수육정식, 반계탕 정식이 나왔다고.

'뼈마름' 아이돌들과 같이 일해서 그럴까. 샐러드 인기가 높아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는 말이 충격적이었다. 그것마저 '적은 양'이 따로 구비돼 있었다.



샐러드 적은 양이 따로 준비돼 있다. 대충격!/사진=김소연 기자샐러드 적은 양이 따로 준비돼 있다. 대충격!/사진=김소연 기자
같이 간 후배와 함께 고른 메뉴는 든든한 '철판 반반 불고기'와 '메밀냉소바'. 금세 식당에서 판매하는 것 같은 푸짐한 한상이 차려졌다.

샐러드바가 따로 있어 간단한 야채샐러드, 요거트, 김치 등도 듬뿍 담았다. "이 근처 용리단길(용산+경리단길) 가면 식사 메뉴 하나에 1만5000원은 하거든요. 한강 보면서 2000원에 먹는 구내 식당 선호도가 높아요." 직원분의 설명이 이어졌다.

왼쪽부터 불고기와 메밀냉소바/사진=민수정 기자왼쪽부터 불고기와 메밀냉소바/사진=민수정 기자
샐러드바/사진=김소연 기자샐러드바/사진=김소연 기자


물론 아티스트 전용 식당은 따로 있다. 맞춤형 주문 제작방식이어서 가능하면 원하는 대로 만들어준단다. 어쩌다가, 가끔, 스태프들과 일하다가 직원 식당인 18층에 출몰하기도 한다고. 그렇지만 그런 '럭키비키'한 일은 내겐 일어나지 않았다.

'건물 속 정원'…6m 자작나무 배경, 어디서 봤더라?
하이브 19층 공용공간/사진=하이브 제공하이브 19층 공용공간/사진=하이브 제공
한 층 더 올라가자 하이브 사옥의 백미, 최상층 공용 공간이 펼쳐졌다.

19층에는 '포럼'(FORUM)과 사내카페 '프릳츠', 야외정원 '콤브(COMB)'가 있다. 점심 식사를 마친 직원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층고 4m의 개방감 있는 공간에서 '프릳츠' 커피를 마시면서 수다를 떠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곳 역시 4면이 통창이어서 개방감이 뛰어나다.



19층에 위치한 프릳츠. 직원들에게 저렴하게 커피를 판매한다./사진=김소연 기자19층에 위치한 프릳츠. 직원들에게 저렴하게 커피를 판매한다./사진=김소연 기자
전동 커튼으로 공간을 나눠 워크숍을 하거나, 가끔 아티스트들이 유튜브나 팬덤용 콘텐츠를 찍기도 하는 공간이란다. 그러고보니 'BTS 진'이 여기서 언젠가 '라방(라이브 방송)'을 한 것 같기도 하다.

야외정원 콤브에는 길이 6m 안팎의 자작나무 200여그루가 빗처럼 촘촘하게 심어져 있었다. 용산 도심 한복판이지만, 잠시 자연 속에서 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하이브 야외정원 콤브/사진=김소연 기자하이브 야외정원 콤브/사진=김소연 기자
왠지 기시감이 들었다. 데자뷰인가, 익숙한 느낌의 공간이라 생각했더니 하이브 소속 아이돌들의 단골 화보 촬영지라고 한다. BTS도 이 곳에서 한 번쯤 포즈를 취해봤을 터. 어쩐지!



이 곳에서도 아이돌과의 우연 같은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BGM:투어스)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한껏 포즈를 취하며 하이브 탐방 여정을 마무리했다.

IT회사 특유의 깔끔하고 심플함을 닮은 하이브 사옥에선 단순 연예기획사를 넘어서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을 추구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투어 후 로비를 나서자 해외 팬 서너명이 K팝 성지 방문을 기념하려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괜히 뿌듯했다. 수명이 짧다는 엔터업계지만 올해 데뷔 11주년을 맞은 BTS처럼 10년, 20년 활동 아이돌들이 잔뜩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봤다.
하이브 앞 버스 정류장 광고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해외 팬들./사진=김소연 기자하이브 앞 버스 정류장 광고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해외 팬들./사진=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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