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해줄 곳 없다"…가계대출 진정세에 은행들 채권 발행 '뚝'

머니투데이 김도엽 기자 2024.10.17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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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채 순발행액과 5대 은행 주담대 잔액 증감 추이/그래픽=김지영은행채 순발행액과 5대 은행 주담대 잔액 증감 추이/그래픽=김지영


이달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은행들이 채권 발행을 빠르게 줄이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한동안 은행들의 자금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은행채는 이달 들어 지난 16일까지 6900억원 순상환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채 상환액이 발행액보다 6900억원 더 많았다는 의미다. 은행채는 지난 7월 2797억원 순발행으로 전환된 후 △8월 3조2200억원 △9월 9조8798억원 등 순발행 규모를 키워왔는데 이달 들어 순상환으로 전환된 것이다.



은행채 발행이 급감한 데는 은행권의 대출 규제가 큰 영향을 끼쳤다. 은행채는 은행들이 대출 등 자금 운용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발행하는데, 이달 들어 연이은 대출 규제로 은행권의 자금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 들어 은행권의 대출 증가세도 급격히 줄었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월말에 비해 이달 16일까지 424억원 증가했다. △8월 9조9115억원 △9월 5조9148억원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뚜렷하게 증가폭이 줄었다. 5대 은행 중 2곳은 주담대 잔액이 감소하기도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돈을 가져오더라도 대출을 해줄 수 없기 때문에 자금조달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라며 "대출과 조달 사이의 자금을 매칭하는 게 해당 은행의 자금 조달 능력 가운데 핵심으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적어도 연내에는 은행들의 자금 수요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 강화가 이어지고 있고 실제 부동산 거래량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내 아파트 매매량은 2556건으로 지난 7월 7336건, 8월 6234건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집계 중이지만 이달 들어서는 443건을 기록 중이다.

A은행 자금부서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자산성장 둔화가 현재 기조로 흘러간다면 은행권 조달도 같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은행권에서는 연말 연초 부동산 시장의 상황과 은행권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가 향후 자금 조달 규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LCR 비율은 향후 1개월간 순현금 유출액에 대한 고유동성 자산 비율을 말한다.

LCR이 높을수록 은행들은 뭉칫돈이 빠져나가는 상황을 대비해 자금 조달을 많이 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부터 LCR 규제 기준을 95%에서 97.5%로 올렸으며 최종 100%로의 정상화는 시장 상황을 보고 내년에 재검토할 방침이다.



B은행 자금부서 관계자는 "현재도 LCR 규제 이상으로 100% 이상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다"라면서도 "규제비율이 높아지면 그 비율보다 조금 더 상향된 비율을 유지하려고 하므로 당장 은행채 발행 수요가 늘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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