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확산예측, 더 정확하게…새 수학모델 나왔다

머니투데이 성시호 기자 2024.10.1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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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정보 없이 재생산지수 예측 ↑
IBS·NIMS·고려대·경북대 연구팀

2020년 8월10일 서울 중구 남대문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장 방문객들과 상인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hwijpg@2020년 8월10일 서울 중구 남대문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장 방문객들과 상인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코로나19(COVID-19)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 확산 시뮬레이션의 중요성이 부각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예측 정확성을 높인 수학모델을 내놨다.

17일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원내 수리·계산과학연구단 의생명수학그룹 김재경 CI 연구팀이 국가수리과학연구소(NIMS) 최선화 선임연구원, 고려대 최보승 교수, 경북대 이효정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새로운 전염병 확산예측모델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지난 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실렸다.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수리적으로 추정한 감염재생산지수(R값·감염자 1명이 평균적으로 감염시키는 환자 수)와 잠복기·감염기 등 변수는 방역정책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그러나 기존 모델 대다수는 감염자와 접촉한 시점에 상관없이 모든 접촉자가 같은 확률로 감염력이 발현된다고 가정했고, 미래가 현재에 따라서만 결정되고 과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마르코프(Markovian)' 시스템에 기반해 정확도에 한계가 있었다.

현실은 현재뿐 아니라 과거도 미래에 영향을 주는 '비마르코프(non-Markovian) 시스템'이다. 감염병은 감염자와의 접촉 이후 잠복기를 거쳐 감염되기 때문에, 접촉시점이 오래된 사람일수록 감염력이 발현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간 마르코프 시스템이 통용된 배경에 대해 최보승 교수는 "비마르코프 시스템은 수학적 추정과 모델링이 복잡하고, 계산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공동연구팀은 현재와 과거를 모두 고려한 새로운 감염병 확산모델을 개발했다. 미래의 변화를 현재의 상태만으로 설명하는 상미분방정식 대신 현재와 과거의 상태를 모두 이용해 설명하는 지연미분방정식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기존 모델의 한계를 극복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1월20일부터 3월3일까지의 감염재생산지수를 공동연구팀의 모델로 예측한 결과 감염재생산지수는 2.7로 산출돼 방역당국이 실제 확진자 전염경로를 추적한 결과와 일치했다. 기존 모델이 같은 지수를 4.7로 지나치게 높게 예측한 데 비해 개선된 성과다.

방역당국은 기존 모델을 이용하며 과대예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 역학정보를 사용해 감염재생산지수를 보정해왔다. 최선화 선임연구원은 "새 모델은 추가 역학정보 없이도 감염재생산지수를 정확히 추정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김재경 CI(KAIST 수리과학과 교수)는 "새 모델을 바탕으로 'IONISE'라는 프로그램을 개발, 분야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무료로 공개했다"며 "앞으로 공중보건 전문가들이 전염병 확산양상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효과적인 방역전략을 수립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염병 역학 지표를 추정하는 기존 방법과 새로운 방법의 추정 결과./사진제공=기초과학연구원(IBS)전염병 역학 지표를 추정하는 기존 방법과 새로운 방법의 추정 결과./사진제공=기초과학연구원(I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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