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돈관 신라정밀 대표가 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그린비즈니스위크 2024' 해상풍력과 상생-공급망과 지역사회 컨퍼런스에서 '풍력산업 공급망 국산화를 위한 과제-신라정밀 사례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최돈관 신라정밀 대표는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그린 비즈니스 위크 2024' 2일차 세션 '해상풍력과 상생-공급망과 지역사회'에서 '해상풍력 산업공급망 국산화를 위한과제 - 신라정밀 사례를 중심으로'를 제목으로 발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풍력발전은 오랜기간의 트랙레코드(과거실적)를 요구해 첫 시장 진입이 어렵다. 한번 고장이 나면 수십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의 수리비가 들어가는만큼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으로 시장에서 입증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최돈관 대표는 보수적인 유럽 풍력 시장에 진입한 경험을 토대로 한국의 풍력 기업들에 적합한 전략과 필요한 정책 지원 방향을 제안했다. 신라정밀은 유럽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설계 기술력 차별화를 꼽았다. 베어링은 고객이 요구하는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설게를 해야 하는데, 실제 테스트 대신 가상 모델링으로 이 과정을 수행할 수 있게 되면 비용이 줄고 정밀도가 높아진다.
최 대표는 "베어링 기업간 생산기술적 측면에선 크게 차이가 없지만 설계 경쟁력이 톱 티어와 세컨드 티어 기업을 나누는 경계"라 했다. 아울러 터빈 크기 증가로 베어링 역시 5미터 이상으로 거대해지며, 베어링을 관리하기 위한 고주파 열처리 기술 등이 중요해지는데, 숙련된 작업자들에게 의존하던 이 기술을 인공지능(AI)으로 디지털화, 시스템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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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2026년부터 유럽연합(EU)이 도입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언급하며 "유럽 고객사들은 CBAM에 따라 공정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도록 강력히 요구 중"이라며 "신라정밀 내부 공정의 탄소배출량은 많이 않으나 제강 과정과 간접배출(전력원에서 나오는 탄소배출)에서의 탄소배출 등 개별기업이 해결불가능한 배출량이 많아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국내 에너지안보 확립 차원에서 풍력 공급망에 속한 중소 제조기업에게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점도 짚었다. 최 대표는 "신라정밀 같은 부품업체는 원가의 절반정도가 소재에서 기인하는데, 수출 시 국내 소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그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중국과의 원가 차이를 짚었다. 한국과 중국의 철강 가격은 약 15~20% 차이가 난다고 한다.
최 대표는 "공급망 국산화를 위해 제강, 단조, 소재 기업의 확보는 에너지 안보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요인"이라며 "(단조, 소재를 영위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이 한국의 대형 제강사와 제휴를 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에 유연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최 대표는 "중국과의 협력도 필요하다"며 신라정밀의 경우를 예시로 들었다. 그는"세계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유지를 위해 중국 시장 1위 제강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며 "이 제휴를 통해 중국 단조사 중 원하는 가격의 소재, 품질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공급망을 직접 관리 중"이라 전했다.
최 대표는 "해상풍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데, 중국과 경쟁도 하지만 동북아 제조 생태계라고 보면 협업할 부분도 있다"며 "세계 시장에서 한국이 가져갈 포지션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