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언니라고 믿었던 제시, 단숨에 '하여자'로 추락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10.1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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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DOD/사진=DOD


가수 제시는 가요계를 대표하는 센언니 중 한 명이었다. 카메라가 자신을 촬영하고 있음에도 당당하게 할 말을 하는 모습이나 파격적인 가사로 솔직한 매력을 보여준 제시를 보며 많은 사람들은 평소에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폭행 사건에 휘말린 제시가 보여준 모습은 '상여자' 답지 못했다. 단숨에 '하여자'로 추락한 제시에게 많은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6일 오후 10시경 제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제시는 '혐의를 인정하냐'는 질문에 "때린 사람을 빨리 찾았으면 좋겠고,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조사에서 있는 대로 말하고 오겠다"며 "당일 가해자를 처음 봤다. 피해자에게 너무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6시간가량의 조사를 마친 제시는 17일 오전 4시 30분경 귀가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미성년자인 한 팬이 제시에게 다가가 사진 촬영을 요청하다 제시 주변에 있던 남성 A씨에게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폭행을 말리던 제시는 이내 자리를 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인근에서 제시 일행을 찾아 A씨의 행방을 물었으나 제시 일행은 모른다고 답했다. 제시와 일행은 피해자로부터 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당해 입건됐다. 또한 제시는 한 누리꾼에게 범인 은닉·도피 혐의로 고발되기도 했다.

제시는 사건이 알려지자 자신의 SNS에 "갑작스럽게 발생한 상황에 너무 당황하여 팬분을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했다. 저와 소속사는 피해자의 모친과 연락하여 피해자께서 신속히 가해자를 찾아 사과와 보상을 받고, 아울러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사과했다.



사과문에서 가해자를 처음 본다고 말했던 제시는 경찰 출석에서도 동일한 입장을 유지했다. 소속사는 A씨는 제시의 곡에 여러 차례 참여한 프로듀서의 지인일 뿐, 제시와는 관련이 없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피해자의 모친은 "일행이 아니라는 입장은 말이 안 된다. 저희 아이가 봤을 때 같이 옆에 있었다더라. 가해자를 보자마자 일어나서 잡으려고 했는데 놓쳤고, 때리는데도 가만히 보고 있었다"라고 반박했다.

/사진=JTBC 사건반장/사진=JTBC 사건반장
제시 측과 피해자 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대중들은 제시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분명한 건, 제시가 직접적으로 폭행에 가담한 건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제시에게 실망한 이유는 사건 전반적으로 보여준 태도가 제시를 지금의 위치로 만들어준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2005년 제시카 H.O로 데뷔한 제시는 상당히 오랜기간 활동했지만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건 2015년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를 통해서였다. "디스 시즈 컴피티션"으로 대표되는 제시의 솔직당당함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제시의 음악에서도 이러한 걸크러시 매력은 계속 이어졌다. 예능에서도 어눌한 한국말에도 할 말은 하는 솔직한 매력으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다. '유재석 잡는 제시'라는 캐릭터 역시 이러한 솔직당당함이 그 배경에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보여준 제시의 모습은 우리가 제시를 보고 싶은 대로 본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들게 만들었다. 가해자가 자신의 일행이든 아니든, 자신에게 사진을 요청했던 팬이 폭행을 당한 상황에서 적당히 말리다 다시 술을 마시러 가는 모습은 지금까지 제시가 방송과 음악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꽤 큰 간극이 있다.



'센언니' 답게 몸을 던져 막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굳이 스스로 몸을 던져 막지 않더라도 해당 사건이 알려지기 전까지 이를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선택의 순간에서 제시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는 표현으로 자신의 책임을 축소하려는 인상을 주는 부분 역시 그동안 알고 있던 제시의 모습과는 다르다.

사건이 커지면서 과거 제시의 행적들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만큼 제시를 향한 배신감이 크다는 뜻이다. '센 언니'의 에피소드로 보여질 수 있던 일들은 카메라 밖 제시의 모습이 알려지며 그 전과는 다른 인상으로 다가오고 있다. 추후에 제시가 활동을 하더라도 이미 등을 돌려버린 대중들의 지지를 다시 얻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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