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다오 항구에서 하역 작업 중인 유조선/사진=블룸버그
그 무렵 중국의 고속성장으로 2003~2008년 동안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발생했으며 2010년대 중국 성장률이 8%에서 6%대까지 하락하며 중속 성장 단계에 진입한 이후에도 중국발 수요 증가는 원유, 철광석 등 글로벌 원자재 수요를 견인하는 핵심 요소였다.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는 글로벌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예가 글로벌 원유시장이다. 중국은 지난해 매일 1650만배럴에 달하는 원유를 소비하며 글로벌 수요의 약 16%를 차지했다. 하지만 전동화 전환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중국 원유 수요가 줄자 글로벌 석유업계는 이제 수요 둔화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로이터=뉴스1
14일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올해 전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193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지난달 전망치(203만배럴)에서 10만배럴 낮췄다. OPEC이 중국 수요 증가치를 65만배럴에서 58만배럴로 하향하면서 중국이 수요 전망치 감소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번 조정 후 올해 전 세계 석유 수요는 하루 평균 1억410만배럴로 전망됐다.
15일에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중국 소비 둔화 영향으로 3개월 연속 세계 석유 수요 전망치를 하향했다. IEA는 올해 전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86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기존 전망치(90만배럴)보다 4만배럴 낮춰 잡았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지난주엔 "이란의 핵·석유시설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지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발언이 국제 원유 가격 하락 배경으로 꼽혔지만 보다 근원적인 이유는 중장기적인 중국 수요 둔화 우려다.
중국의 월간 원유 수입 추이/그래픽=김지영
중국의 원유 수입이 줄어든 건 2020년 코로나 기간을 제외하고는 근 20년만에 처음이다. 중국의 원유 수요가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휘발유 수요는 올해 정점을 찍고 감소하기 시작 지난 1970년대 말부터 중국은 투자와 수출이 견인하는 성장모델을 채택하면서 경유와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급증했다. 곧이어 증가하는 인구와 번영하는 경제로 자동차 보급이 급증하면서 휘발유 소비도 빠르게 늘었다. 역동적인 제조업의 성장,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10억명이 넘는 인구의 번영으로 끝없이 석유 소비를 늘려오며 중국은 세계 원유 수요 증가의 초석 역할을 해왔다
2013~2023년 지역별 원유 수요 증가량/그래픽=윤선정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중국의 원유 수요는 곧 정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중국 경기 둔화 영향뿐 아니라 중국 경제의 성장 전략이 완전히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은 전기차와 대형 트럭의 액화천연가스(LNG) 전환 영향이 크지만 중국이 고속도로·철도 등 인프라 투자를 통한 성장이 아니라 첨단기술 위주의 고품질 발전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도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최대 정유업체 페트로차이나 산하 연구기관인 CPPEI는 중국의 경유(gas oil) 수요가 지난해 정점을 찍고 올해 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LNG를 사용하는 대형트럭 판매가 올해 120% 이상 급증하면서 하루 평균 61만2000배럴의 경유 사용을 대체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올해 중국 승용차 시장의 전기차 침투율/그래픽=이지혜
IEA도 중국의 휘발유 수요가 올해 하루 평균 366만배럴로 정점을 찍고 내년 2.3%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는 등 중국 휘발유 수요는 올해(CPPEI 예측) 적어도 내년(IEA 예측)에는 줄어들 게 확실시된다.
중국의 휘발유·경유 수요의 정점은 향후 중국 원유 수요를 전망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중국 원유 수요는 글로벌 원유 수요의 정점 여부와 시기를 확인하는 데 결정정인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발 원유 수요 감소는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