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일 구로구청장/사진=뉴시스
17일 구로구 지역매체인 GDN뉴스 유튜브 계정에는 "문헌일 구로구청장 구로 구민들에게 안 미안하십니까"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는 구로구청이 전날 사임하는 문헌일 구로구청장을 위해 열었던 퇴임식 장면이 담겼다. 구로구청 강당에 직원들을 모아놓고 진행한 퇴임식에서 문 구청장은 "백지 신탁이라는, 기업인 출신 구청장에게 불합리한 제재가 예정돼 더 이상 구청장 직무를 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자신이 불합리한 제도의 피해자인 마냥 주장했다.
백지신탁을 피하려 구청장직을 내려놓은 문헌일 구로구청장의 퇴임식/사진=유튜브 캡처
구청장은 퇴임식 직후 취재진이 "국민들께 입장을 말해달라" "2년 전 취임식 때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구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지금도 같은 입장이냐" "보궐선거로 세금 더 쓰게 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퇴임 후 구로구 발주 사업에 참여할 거냐" 등의 질문을 쏟아냈지만 일절 답변하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주민들에게 화를 내는 공무원들./사진=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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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가 지난해 3월 문 구청장이 보유한 문엔지니어링 주식(4만8000주·평가액 170억원대)이 공직자 업무와 상충한다며 주식을 백지신탁 하라고 결정하자, 문 구청장은 여기에 불응해 행정소송을 냈다. 문 구청장은 1·2심에서 패소한 뒤에도 계속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기각 전망이 나오자 구의회에 사임통지서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회사의 본점 소재지를 금천구로 옮기면서까지 직무 관련성을 부인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그의 회사는 국내외에서 각종 시공·설계 및 감리 등의 사업을 벌인다. 건물 건축 시 주차장이나 건물 시스템, 통신 감리 등을 맡는다. 구로구 건축사업 허가권은 구청장에게 있어 업무 연관성이 높다.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취임한 지 2년3개월여 만에 사퇴하면서 구로구는 내년 보궐선거를 치를 때까지 약 6개월 동안 구청장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두게 됐다. 보궐선거에는 통상 30억원 안팎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보궐선거에 수십억 원 돈이 드는데, 자기 돈 170억원은 귀하고 국민 돈 수십억 원은 흔한 거냐"며 "어떻게 이런 사람을 구청장으로 공천하나, 구청장이 돈 많은 사람이 하는 취미 활동이냐"고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사과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에서 한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이런 사람이 공천되는 일 없도록 하겠다"며 "공직을 부업으로 여기는 사람이 국민의힘에 없어야 하고 다시는 발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진을 피해 서둘러 구청장실로 돌아가는 문헌일 구로구청장(가운데)/사진=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