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과 핑계 사이[기자수첩]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24.10.18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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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2024 국회 기재위원회, 한국은행 국정감사에 출석,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머니S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2024 국회 기재위원회, 한국은행 국정감사에 출석,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머니S


"금리인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왜 금리인하를 망설여야 할 만큼 높은 가계부채 늪에 빠졌는지 성찰은 부족해 보인다."

'금리인하 실기론'에 대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반박이다.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내리면서도 "시점이 늦었다는 의견이 있지만 1년 뒤 상황을 보고 평가해달라"고 했다.



정부나 정치권의 금리인하 압박에도 철저히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이 총재의 소신에 공감한다.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에 큰 위협이라는 진단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천재' 이 총재의 설명은 막힘없다. 특히 이 총재의 한은을 두고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저임금이나 대입제도 등 구조개혁 목소리에 힘을 준다. 이 총재가 직접 나서 메시지 전달에도 힘쓴다.



'한은이 왜 이런 일을 하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통화정책 결정과 무관치 않기 때문이라 답한다. 가계부채와 집값 때문에 금리인하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는 이 총재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다만 장기간의 고금리가 내수 부진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통화정책은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준다. 금리는 모든 경제 주체에 무차별적으로 다가가기에 얇은 지갑을 더 헐겁게 한다.

고민의 축을 어디에 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메시지만으로 내수와 성장을 간과하는 듯 비쳐지는 것은 안타깝다.


금융안정을 이유로 금리인하를 미루던 한은이 미국의 빅컷 이후 입장을 바꿨다는 점도 다소 튀는 흐름이다. 9월 가계부채 증가율이 둔화하긴 했지만 추세적 하향으로 보기는 이른감이 있다. 정부의 거시건전성정책이 효과를 냈다고 보기에도 시간이 짧다. 한은이 가계부채를 문제 삼았던 7월보다도 증가폭은 더 컸다.

시장은 이 총재의 '소신'을 믿으면서도 혹여 집값, 가계부채 등을 '핑계거리'로 삼는 게 아닌지 한켠에서 물음표를 찍는다. 오히려 현 시점 우선순위는 환율과 가계부채 등 금융시장 안정이라고 순서를 명확히 해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아니면 성장을 바라는 일각의 기대는 과하다고 핀잔을 주던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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