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건국, 유엔 결정 때문"…마크롱 vs 네타냐후 또 설전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2024.10.1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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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 건국 배경'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스라엘 건국이 '유엔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했고, 네타냐후 총리는 '유대인들의 독립 전쟁'으로 이룬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예루살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0.25  /로이터=뉴스1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예루살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0.25 /로이터=뉴스1


14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마크롱 대통령이 이날 엘리제궁에서 열린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나라가 유엔의 결정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지금은 유엔의 결정을 무시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1947년 11월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팔레스타인을 유대 국가와 아랍 국가로 분할하는 계획에 대한 결의안을 언급하며 나온 발언이다. 이스라엘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영국의 위임통치를 받던 팔레스타인 땅의 약 56%를 유대인에 준다는 이 결의안이 통과되면서 이듬해 건국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즉각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했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건국은 유엔 결의안이 아니라, 많은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을 포함한 영웅적인 전사들의 피가 묻은 독립 전쟁에서 이룩한 승리였다"며 "프랑스 대통령에게 이를 상기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양측의 설전은 앞서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무장 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작전 도중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까지 공격한 뒤 나왔다. 지난 13일 UNIFIL은 이스라엘군 탱크가 남부 접경 지역의 부대 정문을 부수고 강제 진입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네타냐후 총리는 13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UNIFIL을 전투 지역에서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헤즈볼라가 UNIFIL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며 "레바논 남부에 배치된 700명의 프랑스 군대를 포함한 1만명의 UNIFIL을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UNIFIL은 "우리는 안보리의 명령에 따라 레바논에 있기 때문에 레바논 주둔을 계속해야 한다"며 네타냐후 총리의 요구를 거절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가 마크롱 대통령과 통화했다고도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통화에서 "레바논의 안보 상황을 바꾸지 않고 예전으로 되돌리는 일방적인 휴전에 반대한다고 말했다"며 "헤즈볼라의 재무장과 재편성을 막지 않는 어떤 합의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간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북쪽 국경 사이에 헤즈볼라가 주둔하지 않는 완충지대가 있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해 왔다. AFP와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 외신들은 "네타냐후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 사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5일에도 마크롱 대통령은 "서방 국가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을 중단하는 것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의 전쟁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동영상 연설을 통해 "마크롱 대통령과 다른 서방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를 요구한다"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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