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부실 털어냈더니...저축은행 '깜짝 흑자'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24.10.16 07:43
글자크기
저축은행 손익 현황/그래픽=이지혜저축은행 손익 현황/그래픽=이지혜


올 상반기 4000억원 가까운 순손실을 기록했던 저축은행 업계가 3분기(7월~9월)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부실 사업장을 경공매로 매각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부실 때문에 쌓아놨던 대손충당금이 이익으로 환입된 효과가 컸다. 저축은행을 포함해 금융권은 지난 6월 이후 1조5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PF 사업장을 정리했는데 수도권 사업장의 경우 대출원금 대비 평균 90% 수준으로 팔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이 지난 3분기 약 200억원 규모의 순익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축은행 업권은 지난해 5559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도 3804억원의 적자를 이어갔다. 상반기 적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965억원 적자 대비 4배나 확대된 규모다. 이에 따라 금융업권에서는 올 3분기에도 저축은행이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는데 예상과 달리 '깜짝' 흑자전환에 성공한 셈이다.



저축은행 업권의 '반전' 실적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사업장 정리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축은행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기준에 따라 약 4조5000억원 규모의 사업장을 경공매나 자율매각 등을 통해 정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업계는 금융당국에 향후 정리 계획을 제출한 상태다.

저축은행을 포함한 금융사들은 이미 지난 9월까지 1조5000억원 규모의 부실 사업장을 처분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 사업장이 저축은행권 대출이 나간 곳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에 위치한 사업장으로 평균 낙찰가격이 대출원금 대비 약 90% 전후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저축은행은 부동산 PF 대출에 대해 대출원금의 약 20~30% 수준으로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놨는데, 사업장이 대출원금 수준으로 매각되면 적립해 놨던 충당금 상당액이 이익으로 환입된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에 매각한 사업장은 비교적 사업성이 좋은 곳들 위주여서 일부 손해를 봤지만 대출 원금 수준에서 매각이 가능했다"며 "이에 따라 기존에 쌓아놨던 충당금 일부가 이익으로 환입되면서 실적 개선에 기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늘어만 가던 저축은행의 신규 연체도 차츰 줄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지난 6월말 기준 8.36% 기록했던 저축은행 연체율이 9월말 기준으로 크게 뛰진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저축은행 연체율은 올 상반기에만 1.81%P(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깜짝 흑자'가 4분기에도 가능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내년 3월말까지 앞으로 6개월 안에 경공매 대상 사업장의 약 70%를 처분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1차·2차 경공매에서 원금대비 110~130% 수준으로 가격을 올렸지만 경공매가 진행될수록 가격은 자동으로 떨어진다. 대출원금의 70~80% 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되면 추가 손실이 발생한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매수자들의 원하는 수익률이 연간 10~15% 이상인데다, 경공매 처분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낙찰가격이 원금의 절반 가까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사업성이 많이 떨어지는 사업장도 처분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헐값매각을 막기 위해 저축은행 자체 PF정성화 펀드 재가동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진성매각 논란이 없도록 외부자금을 최소 50% 이상 투입하는 경우에만 허용하는 등의 세부 기준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구체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