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만도의 MWC 시연 모습./사진=우경희 기자
국내 대표 자동차 부품기업으로, 한국 기업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있는 중국에서 승승장구하는 HL만도가 14일부터 중국 베이징 시내 밀운구 R&D(연구개발)센터에서 미래 기술을 총망라한 트랙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체험 참여를 신청해 조만간 글로벌 브랜드 자동차들에 탑재될 만도의 미래 기술을 엿봤다. 상상하던 것들이 현실이 되고 있었다.
HL만도 트랙데이엔 8대의 고객사 주력차량들이 시승 차량으로 준비됐다./사진=우경희 기자
차의 성능과 조작성 면에서도 상상이 현실이 된다. 기존엔 운전대를 돌린 정도와 그에 따라 바퀴가 돌아가는 각도가 일정할 수밖에 없었다. 전기신호로 바퀴를 돌리면 꺾이는 각도를 임의로 조정, 다양한 드라이빙 모드가 구현된다. 만도의 SBW는 개발이 거의 완료돼 조만간 출시될 고객사들의 신차에 적용될 예정이다. 글로벌 경쟁사들에 비해 한 발 앞선 행보다.
기자가 체험했던 MWC(mobile wheel control)도 이 기술의 연장선에 있다. 완전자율주행으로 달리는 자동차에 운전대가 꼭 필요할까. 없다면 그 공간에 추가 디스플레이를 달거나 짐을 더 실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 비상사태가 발생하거나 직접 운전할 필요성이 생기면 곧바로 스마트폰으로 운전하면 된다. 만도의 기술을 기반으로 상상 속 모빌리티의 형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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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도는 이 외에도 브레이크와 현가(서스펜션) 부문 첨단 신기술을 시연했다. 만도의 새 EMB시스템은 기존 유압브레이크와는 달리 모터에 의해 제동력을 발생시킨다. 뛰어난 제동 성능은 물론 작동 소음이 낮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쪽 바퀴가 고장났을 때 어떻게 다른 세 개 바퀴 브레이크가 차량을 제어하는지, 각종 외부변수에 따라 어떻게 현가장치가 작동하는지 여부도 시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 브랜드들도 "수출물량에 중국산 부품은...좀 그렇지?"
차량 밖에서 모바일기기로 조향장치를 움직이는 모습. /사진=우경희 기자
전기차 브랜드만 70여개에 이르는 중국에선 이런 흐름은 상식이다. 또 중국은 한국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많은 영역에서 규제가 '아예 없는' 수준이다. 자율주행을 포함한 각종 모빌리티 신기술 테스트에 최적의 장소이며, 실제 다양한 기술의 테스트베드다. 코로나19로 출국길이 막히자 만도 베이징 R&D센터 트랙은 테스트를 원하는 고객들로 문전성시였다. 그만큼 기술개발 수요가 많다.
그런 중국에서 HL만도는 쾌속 성장하고 있다. 중국에서 기록 중인 연 매출 2조원은 미주지역 매출과 맞먹는 수준이다. 모빌리티사업 총괄 조성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번 트랙데이를 포함해 올해만 네 차례나 중국을 찾아 직접 바이어를 만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만도는 중국 진출 당시 100%였던 현대차·기아 비중을 크게 줄였다. 당장 먹고 살기엔 현대차에 매달리는 게 편했지만 과감하게 고객 다변화에 나섰다. 이 판단은 적중했다. 지금은 대부분 매출을 38개에 달하는 로컬 협력사들로 채웠다. 실제 나흘간 진행된 만도 트랙데이에 참여한 중국 협력사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완성차업체는 물론 대형 포털 등 업종도 불문이다.
트랙데이 개막식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우경희 기자
만도의 중국 성과는 더 커질 전망이다. 고객사들이 공격적으로 전기차 등 매출을 늘리면서 부품 추가주문이 이어진다. 조성현 부회장은 "우리의 핵심 전략은 누가 뭐래도 고객다변화이며, 중국은 그 상징 격인 시장"이라며 "어려운 여건이지만 생존과 발전을 위해 처절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