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바이오는 신약"…모처럼 몸값 들썩인 신약개발사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4.10.1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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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달 간 코스닥 바이오 주가 상승률 상위 4개사 중 3개사 신약 개발사
세계 최초 치료제·특화 제형 해외허가 등 가시적 성과 기대감에 급등
미미한 성과에 플랫폼·진단 등에 밀렸던 신약 개발 사업 가치 재부각

"그래도 바이오는 신약"…모처럼 몸값 들썩인 신약개발사


국내 신약 개발사 주가가 모처럼 기지개를 켰다. 최근 바이오 플랫폼과 AI솔루션, 진단 기업 등에 밀려 좀 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성과만 뒤따른다면 여전히 폭발적 잠재력을 보유한 영역임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달 간(9월13일~10월15일)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 중 주가 상승률 상위 4개사 중 3개사(젬백스, 대화제약, 올릭스)가 신약 개발사였다. 보유한 신약 파이프라인의 주요 임상 결과 발표 임박과 기술 수출 기대감, 해외 허가 성과 등이 반영된 결과다.



젬백스 (22,950원 ▲250 +1.10%)는 최근 한달 간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바이오 기업이다. 지난달 13일 1만180원이었던 회사 주가는 이날 2만14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110.2% 급등했다. 핵심 파이프라인인 'GV1001'이 진행성 핵상 마비(PSP)를 적응증으로 한 글로벌 2상 톱라인(주요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결과는 오는 24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뉴로 2024'를 통해 공개된다. 뉴로 2024는 북미 전역을 아우르는 PSP 환자단체가 주최하는 가장 큰 규모의 관련 학술대회다. GV1001이 또 다른 신경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 대상 글로벌 2상을 진행 중인 만큼 PSP 2상 톱라인 결과가 선순환을 이끌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젬백스 관계자는 "현존하는 PSP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GV1001이 최초 품목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달 예정된 2상 톱라인에서 효능 입증시 기술수출과 직접 판매 모두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83.2%의 상승률을 기록한 대화제약 (20,000원 ▼1,800 -8.26%)은 지난달 19일 파클리탁셀 제제 '리포락셀액'이 중국에서 위암 치료제로 허가받으며 단기 급등했다. 파클리탁셀을 최초로 마시는 형태(경구화)한 품목으로 2022년 기준 1조6000억원 규모 현지 시장 내 주사제들과의 경쟁에서 높은 경쟁력이 기대된다. 회사는 리포락셀을 2017년 중국 RMX바이오파마에 기술이전 한 상태로 판매액에 따른 로열티를 수령하게 된다.

올릭스 (29,200원 ▼900 -2.99%)는 각각 호주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비만신약 'OLX702A'와 탈모치료제 'OLX104C'의 기술수출 기대감이 반영되며 47.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OLX702A는 현재 주 1회 수준의 비만신약 투약 주기를 3개월로 늘린 것이, OLX104C는 월 1회 투여로 탈모 치료가 가능한데다 성별을 가리지 않는 환자군이 차별화 경쟁력으로 꼽힌다. 특히 회사가 최근 두 파이프라인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기술수출 논의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기대감에 힘이 실린 상태다.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들은 국내 증시에서 업종을 대표하는 역할을 해왔다. 성공 시 기대되는 막대한 보상이 배경이다. 이는 시장 자본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해 영세한 바이오벤처들이 상장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대표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실망스러운 결과를 내놓으며 신약 개발 사업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최근 신약 개발 실패 위험부담은 줄이면서 글로벌 파트너십을 기대할 수 있는 바이오 플랫폼 기업들의 기술수출 성과와 인공지능(AI) 솔루션, 진단기업들의 해외 성과 등이 부각되며 기업공개(IPO) 시장 내 신약개발사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실제로 올해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바이오 기업 12개사 중 신약 개발사는 디앤디파마텍 (51,500원 ▲400 +0.78%)이엔셀 (24,500원 ▲450 +1.87%) 2개사에 불과하다.



업계는 최근 신약 개발사들의 기업가치 부각이 단순 분위기 환기는 물론, 상장을 준비 중인 신약 개발사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길 기대 중이다. 성공에 따른 기대값은 여전히 업계 최고 수준인 만큼, 신뢰도 제고를 위한 차별화 경쟁력 부각에 성공하다면 여전히 증시 입성의 문은 열려있다는 평가다.

디앤디파마텍과 이엔셀 역시 기존 신약 개발사들과 차별화 된 경쟁력이 두드러진 경우다. GLP-1 계열 신약 개발을 주력으로 하는 디앤디파마텍은 상장 전 중국과 미국기업에 약 8000억원 규모 기술수출을 성사시켰고, 이엔셀의 경우 샤르코-마리투스병·뒤센근위축증 등 희귀질환 신약 파이프라인 외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위탁개발생산(CDMO)이라는 또 다른 핵심 사업으로 보유 중이다.

벤처캐피탈(VC)업계 관계자는 "장기간 신약개발사 부진한 성과가 누적되면서 신규 상장의 경우 신약개발사에 투자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며라 "바이오에 투자하더라도 매출 기반이 존재하거나 단기간 내 실적을 낼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보유한 기업으로 눈을 돌리는 성향이 짙어진 탓이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신약개발사가 증시에 입성하기 위해선 최소 기술수출 성과가 있거나, 안정적 운영을 위한 매출 사업을 갖춰야 된다는 시선이 짙다"며 "해당 요소를 갖춘 기업들은 최근 깐깐해졌다고 평가되는 증권신고서 심사에서도 문제없이 통과됐다는 공통점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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