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이진호. /사진=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 AXN
한 해에 37조원 넘게 불법 도박 사이트에 쓰는 사람들온라인 불법 도박의 규모는 다른 합법 산업 분야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온라인 도박 규모(이용자 기준)는 37조5059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온·오프라인을 모두 합친 국내 게임산업의 전체 매출(22조2149억원)보다 69% 큰 규모다.
도박 사이트들은 주로 동영상이나 웹툰 등의 콘텐츠를 불법 유통하는 사이트에 배너 광고를 걸어 홍보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불법 콘텐츠 유통을 막는 데 한계를 드러내면서 불법 도박 사이트까지 덩달아 급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은 분명한데, 왜 못 잡나
한 불법 웹툰 유통 사이트의 배너광고판을 점령한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 /사진=불법 웹툰사이트 캡처
메뚜기 영업이 가능한 배경으로는 사이트 차단을 맡고 있는 방심위의 한계가 거론된다. 방심위는 매주 2차례씩 차단 대상을 심의하지만 한정된 인력과 시간 때문에 모든 사이트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상시적 서면 심의'를 통해 즉시 불법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방통위에 부여하는 '방통위법 개정안'을 지난 6월 대표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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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경찰 당국의 협조 없이는 원본 서버 자체를 입수하기 힘든 것도 불법 사이트의 발본색원을 힘들게 한다. 2015~2016년 국제 공조수사를 통해 폐쇄된 소라넷의 경우 유례 없는 한국과 미국, 네덜란드 경찰 및 인터폴의 공조 덕분에 서버를 확보한 '희귀 사례'다. 당시 소라넷에서 모의된 집단 강간 등의 성범죄가 실제로 이뤄졌고, 미성년자 음란물 등의 유통이 확인되면서 외국 사법당국의 신속한 조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불법 도박, 결국은 돈 다 잃는 개미지옥
/삽화=입종철 디자인기자
불법 도박 사이트가 범죄자들에 의해 운영되다 보니, 도박 수익을 얻더라도 실제 인출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사이트 상의 잔고는 늘어가는데, 어느날 갑자기 사이트가 사라지기도 한다. 2008년 한 프로스포츠 선수는 온라인 도박으로 많은 돈을 따자 이를 지급하기 싫어한 사이트 운영자가 수사기관에 신고했다는 후문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분별력이 떨어지는 청소년들까지 온라인 도박에 빠진다는 점이다. 사감위에 따르면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을 통해 도박중독 관련 치유·상담을 받은 청소년은 2020년 1286명, 2021년 1242명, 2022년 1460명, 2023년 2093명이었다. 올해는 지난 8월말 기준 2665명으로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일부 청소년은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학교폭력을 저지르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3년 사이 불법 도박에 빠진 청소년이 5배나 급증했다"며 "도박 빚에 빠진 후 빚을 갚기 위해 친구를 성매매 동원시키고 마약 '던지기'를 하는 등 도박 문제가 또 다른 청소년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