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데 인삼공사 산다고?…행동주의펀드 억지에 증권사 '절레절레'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홍재영 기자 2024.10.1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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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본사 전경 /사진=KT&GKT&G 본사 전경 /사진=KT&G


KT&G (105,300원 ▼2,000 -1.86%)를 겨냥해 무리수를 던지는 행동주의 펀드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플래시라이트 캐피털 파트너스(FCP)는 최근 KT&G 자회사이자 정관장 브랜드로 유명한 한국인삼공사(KGC인삼공사)를 자신들에게 팔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외국계 증권사에서조차 진정성과 현실성이 없는 제안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내놨다. 인수자금 조차 없다는 것이다.

"KT&G, 인수제안에 응할 이유 없어…FCP, 진정성 있는지도 의문"
홍콩계 증권사 CLSA는 지난 14일 발간한 KT&G 리포트에서 "FCP가 KT&G의 인삼사업 지분 100%를 1조900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으나, 거래성사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KGC인삼공사는 경영권은 물론 지분매각 계획도 없는 KT&G의 100% 자회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CP가 이를 자신들에게 팔라고 요구한 것인데 자금이 넘치는 KT&G 입장에선 이처럼 엉뚱한 제안도 없다. 설령 팔겠다고 해도 FCP가 당장 인수할 자금여력도 없다.

브라이언 리·유나 최 CLSA 연구원은 "KT&G는 인수제안에 응답할 의무가 없고,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낮다"며 "FCP가 인수자금 1조9000억원을 지불할 충분한 자본이 있는지, 인삼사업 인수에 진정성이 있는지도 불확실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KT&G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회사측은 전날 "FCP측의 KGC인삼공사 인수제안은 회사와 아무런 논의없이 일방적으로 공개됐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어 "KGC인삼공사가 영위하는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NGP, 글로벌CC(해외궐련)와 함께 3대 핵심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중장기 미래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며 "목표달성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KGC인삼공사 CI. /사진=KGC인삼공사KGC인삼공사 CI. /사진=KGC인삼공사
국내 투자은행(IB)업계에서도 "FCP의 인수제안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응답할 가치가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KGC인삼공사는 상장도 되지 않았고 매각계획도 전혀 없는터다. 경영권을 인수할 정도로 깊은 고민을 했다면 KT&G나 KGC인삼공사에 공식 의사타진을 하는 게 순서인데, FCP는 이를 건너 뛰고 언론 보도자료로 입장을 먼저 발표했다. KT&G 이사회에 대한 이상현 FCP 대표의 가벼운 언사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어서 투자업계에서는 가볍게 넘어가는 급이 됐다.


FCP, 지속적으로 분할상장 요구…주가는 안정화
FCP는 2022년부터 KGC인삼공사를 KT&G에서 떼어내 상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KT&G의 100% 자회사로 있다 보니 주식시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있다는 것인데, 이를 관철하기 위해 제출한 가처분신청은 법원에서 기각당했다. 인삼사업 비전문가를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후보로 뽑아달라고 하고 KGC인삼공사 인적분할 후 이사보수 한도를 100억원으로 책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KGC인삼공사 노조까지 들고 일어났다.

지난 3월 KT&G 제37기 정기주주총회 모습 /사진=KT&G지난 3월 KT&G 제37기 정기주주총회 모습 /사진=KT&G
한편 이날 증시에서 KT&G는 전날보다 1.86% 내린 10만5300원에 끝났다. KT&G는 오랫동안 밸류업 정책을 펼쳐오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주당 배당금 확대 등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가 지속되고 있다"며 "금리인하 국면에서 고배당주의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어 KT&G 주가는 중기적으로 안정적인 우상향 흐름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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