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끊긴 핀란드, 에너지전환 기적 켰다

머니투데이 헬싱키(핀란드)=김희정 기자 2024.10.15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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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나토 가입 보복성' 전력 차단
전기료 급등에 원전 등 대안 모색
수자원 풍부해 수소 생산도 유리
2035년 탄소 중립, 공격적 행보

전기 끊긴 핀란드, 에너지전환 기적 켰다


2022년 5월 우크라이나 침공 석달 만에 러시아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한 핀란드로의 전력 공급을 끊었다. 핀란드는 전력 사용량의 약 10%를 러시아에 의존해왔다. 핀란드는 그 해 전기료 직격탄을 맞았다. 국민의 일상인 사우나 시간까지 제한해야 할 정도였다. 역설적이게도 전쟁은 핀란드의 에너지 전환을 앞당겼다. 지난해 핀란드의 전기 현물 가격은 폭락하다 못해 0원 이하로도 떨어졌다. 현재 전기료는 유럽 최저 수준이다.

전기료 급등으로 신음하던 2022년 7월 핀란드에선 국가 기후 및 에너지 전략과 기후변화법이 발효됐다. 지속가능발전 목표에 따라 핀란드는 2030년 유럽연합(EU) 기후 공약을 달성하고 2035년에는 탄소 중립을 이루기로 했다. 유럽에서도 가장 공격적이다.



기후변화법 발효 후 핀란드는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신규 원전을 가동하는 한편 풍력 발전을 적극 확장했다. 지난해 기준 핀란드의 전기 에너지원은 원자력(41%) 수력(18.8%) 풍력(18.2%) 바이오매스(13%) 석탄(2.5%) 태양광(0.8%) 등이다. 지난해 핀란드는 이탄과 석탄 소비를 줄여 탄소 배출량을 19%나 감축했다.

탄소 흡수원을 확장하고 환경 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청정 기술 솔루션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수소를 통해 직간접적 전기를 얻는 등 신규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데도 박차를 가한다.



전기 끊긴 핀란드, 에너지전환 기적 켰다
국토 면적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숲은 온 국민의 휴식처이자 핀란드 경제의 핵심축이다. 핀란드 순환경제의 주역도 삼림자원이다. 목재, 섬유, 짚 등 산림과 기타 바이오 기반 원료를 다른 재료에 결합해 혁신을 주도한다.

핀란드 3대 삼림기업 중 하나인 멧사(Metsa) 그룹이 대표적이다. 멧사에서는 매년 1200만t의 목재 기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 오스트리아 안드리츠사와 함께 펄프 공장에서 탄소 시범 포집에 나섰다. 산림 산업의 부산물인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수소를 결합시키면 합성 메탄이나 메탄올을 생산, 화석 기반 연료를 대체하는 목재 기반 신규 원료를 만들 수 있다. 인구 561만명의 작은 나라이지만 핀란드는 국가 전역에서 수소 연구를 지속하며 EU의 기후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다.
펄프 기반 대체섬유 '쿠우라' 샘플을 확인하는 니클라스 폰 바이에르 멧사스프링 CEO/사진=에네코스키=김희정 기자 dontsigh@펄프 기반 대체섬유 '쿠우라' 샘플을 확인하는 니클라스 폰 바이에르 멧사스프링 CEO/사진=에네코스키=김희정 기자 dontsigh@
마크쿠 키비스토 비즈니스 핀란드(경제고용부 산하) 클린테크산업 책임자는 "핀란드는 수자원(H2O)이 풍부하고 이를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전기 요금이 유럽에서 가장 싸다"며 "에너지원이 다양하고 스마트 전력망이 발달돼 있는 데다 배터리 핵심소재인 4대 광물을 보유한 광산국가라 탄소 배출 목표를 감안해 EU에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명확한 로드맵 아래 산학 협력이 유기적으로 이뤄지니 관련 기술의 상용화도 활발하다. 탄소를 고체 형태로 포집해 배터리 흑연 및 기타 고부가가치 산업용 제품을 만드는 하이카마이트가 대표적이다. 하이카마이트는 9월 코콜라 산업단지에 유럽 최대 무공해 메탄 분리 공장을 개장했다. 열 분해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지 않고 전기분해로 수소를 얻을 때보다 에너지도 87%가량 적게 쓴다. 풀가동하면 연간 2000t의 저탄소 수소와 6000t의 고품질 탄소를 생산할 수 있다.
알리 할린 VTT 리서치 교수가 자체 개발한 바이오매스 기반(나노 셀룰로오스와 셀룰로오스) 포장재를 선보이고 있다. VTT는 화석 기반 소재와 에너지를 대체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헬싱키=김희정 기자 dontsigh@  알리 할린 VTT 리서치 교수가 자체 개발한 바이오매스 기반(나노 셀룰로오스와 셀룰로오스) 포장재를 선보이고 있다. VTT는 화석 기반 소재와 에너지를 대체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헬싱키=김희정 기자 dontsi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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