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만 삼성 감독(왼쪽)과 염경엽 LG 감독. /사진=김진경 대기자
"비가 와서 정말 큰 도움이 됐다."(염경엽 LG 트윈스 감독)
피 말리는 가을야구 승부.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뜻하지 않은 하루 휴식에 양 팀 사령탑은 미소를 지었다. 한국시리즈로 향할 경우 소중한 휴식일 하루가 사라지게 된다. 그런데 두 감독은 만족감을 나타냈을까.
15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 열릴 2차전을 시작으로 PO 일정이 하루씩 밀리게 된다. 5차전까지 갈 경우 한국시리즈 일정도 밀리지만 3,4차전에서 끝나게 된다면 한국시리즈는 정상 진행된다. 즉 PO 승리 팀의 휴식일이 하루 줄어드는 것이다.
PO 1차전에서 승리 투수가 된 삼성 레예스. /사진=김진경 대기자
그러나 박진만 감독의 표정은 내심 우천 취소를 원하고 있었다. 사정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박 감독은 우천 취소 결정 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2차전 선발에 대한 질문에 "(우천 취소되면 선발은) 그대로 갈 것인데 비가 오면 안하는 게 좋다. 부상 염려도 있고 정상적인 경기력이 안 나올 것이기 때문"이라며 "비가 오면 여러 상황이 결과적으로 안 좋아질 수도 있다. 비가 와서 취소가 되면 원태인이 정상적으로 하루 뒤에 2차전에 나선다. 다만 경기 시작 후 원태인이 투구를 하고 취소가 된다면 가장 안 좋은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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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보다 큰 이유 중 하나는 1차전 선발로 나선 데니 레예스의 휴식일을 확보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코너 시볼드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삼성은 3선발 체제를 선언했고 4차전엔 레예스가 나서야 했다. 이 경우 휴식일은 사흘 뿐인데 압도적인 1선발 투수들도 사흘 휴식 후 등판해 무너진 경우가 허다했다. 일정이 하루씩 밀렸고 1차전에서 6⅔이닝 3실점(1자책) 호투하며 승리 투수가 됐지만 101구나 던진 레예스의 휴식일을 하루 더 벌어줄 수 있다는 건 크나 큰 이점이 아닐 수 없다.
호재가 또 있다. 전날 결정적인 스리런 홈런을 날리며 팀 승리를 견인한 주장 구자욱은 경기 후 구토를 하며 인터뷰에도 참가하지 못할 정도로 컨디션 난조를 보였다. 박진만 감독은 "어제보다는 확실히 좋아졌다고 하는데 완전히 정상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며 "긴장을 많이 했는지 PO 전부터 컨디션이 썩 좋지는 않았다. 경기하면서 긴장도 하고 분위기나 여러 가지로 몸 상태가 100%는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삼성에서 절대적 역할을 차지하는 구자욱의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하루의 휴식일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준PO에서 '빅게임 피처'의 면모를 보인 LG 손주영. /사진=김진경 대기자
LG는 선발 투수도 디트릭 엔스에서 손주영으로 교체했다. 손주영은 지난 8일 KT 위즈와 준PO 3차전 5⅓이닝 무실점, 11일 5차전 2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올 시즌 9승 10패 ERA 3.79로 LG의 로테이션 한 축을 맡았던 그는 가을야구에서 진정한 '빅게임 피처'의 면모를 보였다.
더구나 올 시즌 삼성을 상대로는 킬러 본능을 뽐냈다. 3경기에서 2승 ERA 1.04로 압도적이었다. 삼성 타선 상대 피안타율도 0.200에 불과했다.
염 감독은 "내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2차전 선발을) 나 혼자 정할 순 없어 트레이닝 파트, 선수 본인과 얘기해 동의를 구했다"며 "엔스도 준PO부터 계속 3일 간격으로 등판해 이번에는 더 쉬게 해줘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친 불펜진에 휴식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기쁘다. 준PO에서 5경기에 개근한 엘리아스 에르난데스는 물론이고 1차전 최원태가 3이닝 만에 무너지며 무려 8명의 불펜 투수들을 가동해야 했던 LG이기에 더욱 휴식이 반가운 LG다.
"내일 경기를 하면 하루 또 휴식일이 있기 때문에 2차전에서 에르난데스가 2이닝을 소화하는 것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밝힌 염 감독은 "에르난데스를 빼면 불펜 투수 중에선 무리한 선수가 없다. 모든 것이 우리 쪽으로 확률을 높였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전날 6안타에 그치며 좀처럼 힘을 내지 못했던 타선도 한 번 쉬어가며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뜻하지 않은 우천 취소는 양 팀에 선물이 됐다. 보다 더 완성도 높은 전력으로 맞설 수 있게 된 2차전. 휴식 효과는 어떤 팀에 더 크게 작용하게 될까.
김시진 경기 감독관(오른쪽)과 KBO 관계자들이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둘러보고 있다. 결국 이날 경기는 우천 취소됐다. /사진=김진경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