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허리케인과 암울한 경제전망

머니투데이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2024.10.16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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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미국 대통령선거가 3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도널드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 두 후보가 제시하는 경제정책의 방향이 극명히 엇갈린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판도가 흔들릴 것이다.

트럼프 후보의 정책은 충격적이다. 그의 정책은 오롯이 '미국 우선주의'와 '친기업 성향'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는 미국 기업을 보호하고 미국인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고율관세를 카드로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관세가 주로 중국의 전략산업을 목표로 했다면 트럼프는 중국을 포함해 미국 산업에 위협이 되는 모든 국가를 타깃으로 삼는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관세철폐는 국제경제의 상식이 됐다. 각국은 관세가 대공황을 악화시켰다는 자성을 바탕으로 자유무역을 추구했다. 자유무역이 모든 교역국가에 이익이 된다는 주장이 넓게 받아들여졌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마치 관세가 대부분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인 양 호도한다. 저가공세를 벌이는 중국 기업으로부터 미국 산업을 보호하고 외국인의 미국에 대한 직접투자를 늘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선전한다.



관세수입을 통해 정부의 재정적자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미국에 체류하는 불법 이민자를 본국으로 추방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한 걸음 더 나가 현재 21% 단일세율로 부과하는 법인소득세를 더 낮추겠다고 한다.

그의 주장은 일견 솔깃하게 들린다. 미국이 한 해에 수입하는 상품의 규모는 4조달러에 육박한다. 여기에 10%의 관세를 매기면 4000억달러의 추가 세수입이 발생한다. 거의 2조달러에 달하는 연방정부 재정적자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를 통해 감세로 낮아진 법인세 수입을 벌충할 수도 있어 보인다.

고관세는 물론 공짜가 아니다. 정부가 관세수입을 올리는 만큼 수입상품의 가격이 상승한다.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가계는 빈곤해지고 물가는 상승한다. 소비가 줄어들어 경기가 위축된다. 물가를 잡으려고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올리면 자산시장과 실물경제 모두가 직격탄을 맞는다. 트럼프가 제시하는 미래는 어둡다.


하지만 대선 결과를 좌우하는 주요 경합주에서 트럼프는 선전하고 있다. 그가 자신의 정책을 잘 홍보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해리스의 선거캠페인이 무사안일과 태만에 빠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2년 대선을 1주일 앞두고 허리케인이 미국 동부해안을 강타했다. 재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만사를 제쳐두고 현장으로 뛰어갔다. 우산을 손에 들고 정력적으로 재난상황을 점검하고 정부의 지원을 약속했다. 그 덕택에 선거에서 신승했다.

이번에 미국 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의 피해규모는 당시보다 훨씬 컸다. 그런데도 재난현장 어디에도 해리스 후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정부의 지원이 미흡하다고 공격한 트럼프를 역비난할 뿐이다. 허리케인이 선거국면을 바꾸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경제의 미래도 바뀔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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