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낮 1시쯤 성수역 3번 출구 인근 보도에서 행인들이 색깔블록을 따라 걷고 있다. /사진=이현수 기자
성동구는 지난달 색깔블록 조성 공사에 착수해 지난 11일 설치를 완료했다. 약 2000만원을 투입해 '성수역'과 '연무장길' 등 주요 목적지 방향을 알리는 화살표를 그려 넣고 글씨를 입혔다. 자전거 주차를 금지하는 블록도 설치해 보도를 넓게 쓰고 인파 밀집 시 행인들이 진행 방향을 참고해 줄을 설 수 있도록 했다.
외국인 관광객들 눈에도 정돈된 모습이었다. 캐나다 토론토 출신 테일러(25)는 어제 입국해 성수동에 처음 놀러 왔다. 그의 일행 타일러(24)는 "토론토도 큰 도시여서 인파가 정말 많은데 이런 블록은 본 적 없고 사람들이 질서 없이 엉켜 다닌다"며 "한국에서 이렇게 혼잡도를 관리하는 만큼 도로도 훨씬 정돈돼 보인다"고 했다.
지난 11일 서울 성동구 성수역 3번 출구 인근에 색깔블록이 설치돼 있다. /사진제공=성동구청
지난 7월12일 서울 성동구 성수역 3번 출구 앞이 퇴근하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교통공사의 역별 수송실적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성수역 승하차 인원은 일평균 8만5216명을 기록했다. 5년 전인 2019년(6만350명)보다 41% 증가한 값이다. 공사가 운영하는 역사(285개역) 가운데 14위다.
성수동에 사람이 밀집되는 매주 금요일에는 역 이용자 수가 더욱 늘어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첫째 주 금요일인 6일 성수역 승하차 인원은 11만405명이었다. 2019년 9월 첫째 주 금요일 승하차 인원은 7만5578명으로 5년 사이 46%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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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지난 7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혼잡한 성수역 사진이 공유되면서 대형 사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후 성동구는 '인파밀집 종합 강화 대책'을 마련 서울경찰청, 성동경찰서, 서울시 등과 협의해 3번 출구 앞을 개선하고 인파 관리에 나섰다. 인근 횡단보도를 이전하고 성수역 3번 출구 앞 도보를 이전보다 2배 이상 넓혔다. 서울교통공사와도 협력해 성수역 출입구도 내년 중 신설하기로 했다.
인근 상인들은 3달간의 변화를 실감한다는 반응이다. 성동구가 대책을 시행하면서 지난 8월 3번 출구 앞에서 운영하던 구두수선집을 길 건너편으로 옮긴 최영묵씨(60대)는 "길 하나 건너 옮긴 게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손님이 줄어서 마음이 안 좋다"면서도 "인파 관리는 잘 되고 특히 자전거가 너무 많았는데 보도가 깔끔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시설 개선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성수역 3번 출구 앞에서 문구점을 운영 중인 주제중씨(46)는 "성수역은 계단이 없고 느린 에스컬레이터뿐이라 사람이 밀릴 수밖에 없는데 보도가 넓어져서 좋긴 하다"면서도 "출구를 새로 늘리고 성수동 카페거리 앞 보도까지 넓혀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