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뉴스1) 박영래 기자 =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강의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은 11일 전남 장흥군 안양면 율산마을의 '한승원 문학 학교'에서 회견을 열고 한강 작가의 어린 시절 가족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한강 작가(왼쪽)와 어머니 임강오 여사의 모습. (한승원 작가 제공)2024.10.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장흥=뉴스1) 박영래 기자
이를 위해선 민간의 노력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게 문학계의 요구다. K-문학의 해외 번역·출판 예산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일단 내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증액 시켜 국회에 넘긴 상태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일각에서 이번달 국정감사 시즌 중 노벨상 소식이 전해지자, 보도자료 등을 통해 번역출판예산이 윤석열 정부에서 줄어든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
번역출판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 예산을 8억원이나 이미 올려 잡았지만 아직 국회 통과 전이고 의석수 과반이상을 차지하는 야당이 번역 예산을 크게 늘려주면 '포스트 한강'을 키울 번역출판 지원 사업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며 "나라가 세금쓰는 일에 가장 신경써야 할 곳이 국회이고 최종 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곳도 국회인데 이런 노벨상 같은 경사가 있을 때 크게 생색이라도 내면서 예산을 확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강의 작품들은 이미 문체부 산하 한국문학번역원에 의해 28개국 언어로 76건 번역·출판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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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14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한강 작가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1958년 제정된 메디치상은 공쿠르상, 르노도상, 페미나상과 함께 프랑스의 4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저명한 문학상으로 한국 작가의 작품이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3.11.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집계한 작가 한강 관련 지원 내역/자료= 예술위
오히려 대통령 탄핵과 결부돼 '블랙리스트 의혹'사건이 불거졌던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1인당 가장 예산이 많이 드는 지원사업인 '해외 레지던시' 대상자에 선정돼 폴란드에 머물며 작품을 쓰기도 했다.
한강은 문체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가 발간을 지원하는 '문학과 사회'로 1993년 등단했다. 이후 1998년 예술위가 지원하는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국제창작프로그램(IWP)에 참가했었다. 아이오와대 IWP는 1967년부터 시인·소설·극작가 등 문인들을 위해 운영하는 것으로 전 세계에서 뽑힌 30여 명의 작가들을 대학 내 아이오와 하우스 호텔에서 함께 지내며 집필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각 나라에서 온 문인들과 강연, 세미나, 낭독회, 토론회 등 문화교류 기회도 많아 젊은 작가들에게 큰 혜택이 된다. 20대 후반에 IWP에 참가할 수 있었던 한강도 이때의 경험에 대해 "한국을 대표한다는 느낌보다는 문학을 하는 이들의 공통점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교류의 기회였다"고 회고한 바 있다. 1998년은 IMF 시기였음에도 한강의 IWP 참가에 1000만원이 지원됐다.
한강은 2000년에도 예술위 신진문학가 지원을 받았고, 2005년 예술창작지원사업으로 예산 1000만원을 지원받아 '몽고반점'을 냈고 이 작품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한강은 예술위가 문학인을 위해 운영하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2005년부터 약 2년 동안 작가가 직접 만드는 라디오 방송인 '문장의 소리' DJ로도 활동했다. 2008년에는 3개월간 문학전문 웹진인 '문장웹진' 편집위원으로 참여했다.
소설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24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신작소설 '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작가 레지던시'는 특히 창작에 중요한 도움을 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어 창작자들에겐 선호되는 혜택이다. 여러 나라의 호텔을 돌며 집필하며 명작을 남긴 것으로 잘 알려진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사례와 같이 집중을 요하는 작업을 위해 집이 아닌 공간에서 머무는 것을 선호하는 작가들이 많다.
리조트를 운영하는 민간 독지가의 선의로 레지던시를 경험했던 한 작가는 "다른 무명 작가라면 모를까, 작가 한강이 정부 혜택이나 예산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제3자가 주장하는 건 억측에 가깝다"며 "금액만 놓고 보면 타분야에 비해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지원규모가 원래 워낙 작은 문학계 형편을 생각하면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역대 정부에서 해외에서도 통할 가능성 있는 작가라 보고 꾸준히 지원해 준 케이스로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한강, 역대 정부에서 번역 및 예산지원 꾸준히 받은 작가"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38회 책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4.10.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다른 분야에선 이 금액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문학·출판계는 수백만원의 지원 예산도 크게 쓰일 정도로 예산 규모단위가 작다. 비평지 원고료로 원고지 1매당 몇천원을 올려주느냐 마느냐를 놓고도 격론이 벌어지는게 문학·출판계다.
앞서 문체부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전해지자, 한국문학을 전 세계에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한 지원을 이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문체부는 "작가들에게 안정적인 집필 환경을 제공하고자 문학시설 상주작가 사업과 작가 집필공간 지원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문학나눔 도서 보급 사업을 확대한다"며 "우수 한국문학 작품을 소개하고 이를 조명하는 비평 활성화 사업도 새롭게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11일 '책의 날' 기념행사 인사말을 통해 "내년 예산을 세우면서 일단은 올해보다는 30억원 정도 더해서 독서진흥, 지역서점 지원 등 몇가지 문학계 문제들은 대부분 예산에 반영시켰다"고 설명한 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중심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문학 작가들이 마음 놓고 창작하고, 한국문학이 해외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자료=한국문학번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