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좋은사람들 리빌딩 스토리]새 대주주 진입, 시장신뢰 회복 단초 제공

머니투데이 조영갑 기자 2024.10.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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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993년 설립된 좋은사람들은 국산 언더웨어 1세대 명가다. '제임스딘', '보디가드' 등의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런칭했다. 2018년 이후 경영권 혼란으로 주권거래가 정지된 탓에 장기간 회생절차를 밟았다. 전기를 마련한 주체는 2022년 이후 새 대주주가 된 '우리파인우드컨소시엄'이다. 더벨은 새 오너의 회생 노력을 조명하면서 언더웨어 명가의 리빌딩 스토리를 들여다봤다.

더벨'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좋은사람들 (640원 ▼11 -1.69%)'의 여망은 주권매매 거래재개였다. 경영권 혼란으로 2021년 거래가 정지된 상황에서 벗어나 실적, 주주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첫 관문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전 경영진이 남겨 놓은 그늘과 상흔이 깊었던 만큼 한국거래소의 허들은 녹록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1년. 거래소는 좋은사람들의 주권매매 거래정지를 해제하며 언더웨어 명가의 재림을 승인했다. 지난 7월 말 상장 유지 결정이 내려지면서 좋은사람들은 3년 4개월 만에 코스닥 시장에 다시 얼굴을 내밀었다. 그 중심에는 새 대주주(우리파인우드컨소시엄)의 신뢰회복 노력이 있었다는 평가다. 컨소시엄은 언더웨어 명가 재건과 기업가치 회복에 총력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무자본 M&A 표적 수렁에서 '기사회생'



위기의 시작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당시 전반적인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데다 SPA 브랜드가 속속 들어서면서 우위를 보이던 점유율이 빠지기 시작했다. 회사의 주인이 바뀌면서 10년 이상 이어오던 오너십에도 변동이 생기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대외 환경 변화로 개성공단이 폐쇄, 제조 부문의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2018년 10월 제이에이치W투자조합으로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회사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 모 전 대표가 중심인물이다. 이 전 대표는 잇따른 무자본 M&A 행태로 시장의 지탄을 받던 인물이다. 제이에이치조합 인수 이듬해 좋은사람들은 적자전환한 데 이어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2021년 3월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주권매매 거래가 정지됐다. 이 전 대표 역시 다수의 횡령·배임 소송에 피소되면서 2022년 1월 경영에서 배제됐다. 주주명부 확인 끝에 FI로 참여했던 'CREDIT SUISSE AG'로 대주주도 변경됐다.

현 대주주인 우리파인우드컨소시엄(우리인터텍스, 인베스터유나이티드, 파인우드PE)이 백기사로 등장한 것은 2022년 8월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여전히 높고, 약 1000억원 전후의 매출을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는 점이 인수의 배경이다. 컨소시엄은 총 360억원의 실탄을 마련, 좋은사람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재무구조 개선의 마중물을 댔다. 올 반기 기준 지분율은 우리인터텍스 37.13%(3600만주), 인베스터유나이티드 7.22%(700만주), 파인우드PE 7.22%(700만주) 등이다.


실제 이 유상증자로 좋은사람들의 재무구조는 크게 개선됐다. 50% 감자를 단행, 자본잉여금을 늘리고 유동성이 추가로 유입되면서 자본총계가 2021년 233억원에서 2022년 536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이 153.42%에서 38.02%로 드라마틱하게 떨어졌다. 이자발생부채가 2021년 193억원 가량에서 1년 새 45억원 수준으로 줄면서 이자부담도 덜어냈다. 올 반기 말 당좌자산 162억원, 부채비율 45.12%으로 여전히 우량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손바뀜 이후 실적 역시 눈에 띄게 개선됐다. 인수 첫 해인 2022년 당해는 적자폭을 줄이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 매출액 826억원, 영업이익 13억원을 기록하면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기존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리바이스, 보디가드) 등의 온라인 판매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덕택이다. 기존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판매 대비 온라인 판매는 판관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투입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6월 개선기간 12개월이 추가 부여된 것은 '내부통제'에 대한 시장의 우려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임 경영진이 의견거절을 받은 핵심사유가 회사의 자산취득과 처분, 매출채권과 미수금, 수수료 등의 거래에서 적합한 감사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던 것인 만큼 새 경영진은 내부통제에 방점을 찍었다.

좋은사람들 관계자는 "실적은 우상향으로 가고 있었지만, 전반적인 내부통제에 대한 일각의 우려가 존재했다"면서 "이번 상장유지 결정은 이익에 대한 초과 달성, 내부관리 절차에 대한 개선안 이행 등이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좋은사람들은 7월 25일 주권매매 거래를 재개했다.

◇특수관계자 거래 '이중삼중 결계' 호평



그 중심에 이사회 산하 '투명경영위원회'가 있다. 좋은사람들은 내부통제 관련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지난해 6월 좋은사람들 등기이사 1인과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된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전임 경영진 대에 문제가 된 특수관계자 거래 등을 공개했다. 투명경영위원회는 올 3월 위원회를 개최, '이해관계자와의 거래의 건'을 가결했다.

올 반기 좋은사람들은 대주주인 인베스터유나이티드, 우리인터텍스 등을 대상으로 약 450만원의 매출과 2억6000만원 가량의 기타수익을 올렸다. 일정 금액 이상의 특수관계자 거래가 발생할 경우 투명경영위원회의 만장일치 의결을 거쳐야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이 된다.

여기에 대주주 우리인터텍스와 특관인 인베스터유나이티드는 7월 거래재개와 동시에 보유지분 4300만주에 대해 3년 간 자발적 락업(의무보유)을 걸면서 신뢰회복의 눈도장을 찍었다. 2027년 7월 24일까지 보유지분을 매각할 수 없다.



좋은사람들 관계자는 "전임 경영진의 전횡과 관련된 시장의 우려가 여전히 상존하는 상황에서 특수관계자 거래의 절차적 합리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보유지분의 의무보유 역시 시장에 책임경영과 투자자 보호 의지를 천명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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