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요한 건 우리 국민의 마음

머니투데이 안채원 기자 2024.10.15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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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티안=뉴시스] 최진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0일(현지시각) 라오스 비엔티안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4.10.10. myjs@newsis.com /사진=최진석[비엔티안=뉴시스] 최진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0일(현지시각) 라오스 비엔티안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4.10.10. [email protected] /사진=최진석


#1. "MZ세대(1980년-2004년 출생)의 일본에 대한 인식은 기성세대와 다르다. 생각이 완전히 변했다. 거의 다 우호적이다. 기존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정책을 펼치면 안 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며칠 전 식사 자리에서 한 말이다. 낯선 말은 아니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한일 관계 회복에 집중했다. 물론 우리의 외교·경제적 이익에 일본이 필수적이기 때문이지만, 늘 거기에 붙었던 명분 중 하나는 '미래세대는 기성세대와 다르다' '이제 정부도 일본과의 과거사에 연연하는 모습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2. 통일 관련 기획 기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MZ세대 6명에게 "통일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모두 "필요 없다"고 답했다. 질문을 바꿔봤다. "북한 정권이 무너질 때 북한 영토를 중국이 가져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6명 중 5명이 "그건 용납할 수 없다"고 답했다. MZ세대의 입체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논리의 일관성보단 실리가 먼저다. 한 전문가는 질문에 따라 달라지는 답변에 대해 "MZ세대는 당장 눈앞에 놓인 이익과 손해에 따라 그때그때 결정하는 세대"라며 "MZ세대는 그런 면에서 어떤 세대보다 똑똑하고 입체적"라고 분석했다.



일본 문제도 마찬가지다. MZ세대가 일본 여행을 자주 가고 일본 문화에 거부감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8월 동북아역사재단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2030세대의 57.3%가 일본에 호감을 가졌다. 일본에 대한 컴플렉스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일본에 대한 신뢰도는 이에 못 미치는 35.1%로 집계됐다. 일본을 신뢰할 수 없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았던 2030세대의 답변은 '과거사에 대해 사죄와 반성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51.9%)였다. MZ세대가 일본을 좋아한다고 해서 일본이 우리에게 끼친 과거의 해악까지 잊은 건 아니다.

#3. 내년은 한일 수교 정상화 60주년이다. 정부는 벌써 분주하다. 외교부와 대통령실 모두 60주년을 앞두고 일본과의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998년 '오부치 선언'과 비슷한 수준에 이르는 무언가를 내놓겠다는 게 정부의 포부다.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우려도 앞선다. 일본의 반성이 선행되지 않은, 미래 협력만 강조하는 선언이 나오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만약 그렇다면 기성세대는 물론 정부가 자신들의 편이라고 믿는 MZ세대들로부터도 외면을 받을 것이다. 우리 국민의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한일 관계의 청사진이 나오길 기대한다.
[기자수첩] 중요한 건 우리 국민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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