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한계 이른 독일 경제가 주는 교훈은

머니투데이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소장 2024.10.15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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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송인호

최근 독일 경제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때 유럽의 경제 기둥이자 글로벌 경제의 본보기였던 독일이 왜 이렇게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되었을까. 그 배경에는 잘못된 에너지 정책, 혁신에 대한 부주의, 그리고 고령화 사회로 인한 노동력 부족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비단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사한 경제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독일 재무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2%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0.3%에 이어 두 해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며, 1990년 독일 통일 이후로는 두 번째, 2002~200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독일의 침체는 에너지 가격 상승, 고급 혁신인력 부족, 그리고 과거 제조업 중심의 성공 모델에 안주한 결과로 이해된다. 독일 재무장관은 "독일 경제는 침체하였으며, 경쟁력을 상실하고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라고 밝혔다. .



먼저 과거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두르며 탈원전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한 독일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지금 독일 경제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2023년 4월에는 마지막 원전 3곳의 가동을 중단하며 독일은 유럽에서 탈원전을 완료한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이에 따라 전기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고, 독일 경제에는 결국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현재 독일의 제조업, 특히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들은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는 독일의 대표적인 기업인 폭스바겐조차 공장 폐쇄와 2만 명의 대규모 해고를 고려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저렴한 천연가스 수입도 어려워지면서 독일 경제는 더욱 큰 부담을 안고 있다.

독일 경제의 또 다른 문제는 혁신에 대한 대응 부족이다. 독일은 과거 제조업의 성공에 안주해 인공지능(AI)과 같은 신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했다. 과거 어려운 시기에는 남유럽과 중국으로의 수출이 독일 제조업을 지탱했다. 하지만 새로운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 독일은 과학 기술 인재를 충분히 양성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는 것이다 .



또한, 독일은 심각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동 시장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이를 저숙련 이민자들로 채워 왔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독일은 고령층과 저숙련 이민자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으며, 고급 혁신 인재의 부족이 더욱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그런데 우리나라 역시 독일과 유사한 경제 구조로 되어 있다. 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와 대외 의존도가 높은 무역 시스템, 그리고 저출산·고령화 문제까지 겹치며 노동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독일의 위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역시 독일과 같은 경제 침체를 겪게 될 가능성이 있다. 신성장 동력 확보와 산업 구조 재편이 시급하며, 이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독일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에너지와 같은 정부의 주요 정책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효과를 이해하고 오히려 정치적인 단기 관점을 경계해야 한다. 또한, 고숙련 인재를 양성하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첨단 과학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최근 노벨 화학상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이 모두 인공지능(AI) 혁명에 부응한 과학자들이라는 점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AI 과학 혁명이 주도하는 새로운 시대에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기꺼이 물리, 화학, 수학 등을 공부하고 그들의 잠재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경제적 성공의 열쇠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송인호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송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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