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재명 캠프서 일한 국방대 교수, 해임→정직...공무원 44% '자체 감경'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24.10.1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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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지난 5년간 감사원 징계요구 공무원 932명 중 412명 감경…훈·포장·표창 이유 '징계 셀프감경' 빈발

징계문책 요구 이행 현황 (2019년 이후)/그래픽=김다나징계문책 요구 이행 현황 (2019년 이후)/그래픽=김다나


#1. 국방대 교수 A씨는 지난 1월 감사원의 '부패행위 신고사항 등 조사' 감사에서 국가공무원 신분임에도 지난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이재명 민주당 후보(현 당대표)의 국방정책 공약 개발과 관련 문서 작성에 관여했단 점이 드러났다. A씨는 김윤태 당시 한국국방연구원(KIDA) 원장 등이 속한 '북한산등반모임'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공약 개발을 지원하고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 부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감사원은 국방대 교수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이 대표 공약 개발을 지원한 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해임을 요구했다. A씨는 검찰 소환조사도 받았다.

그러나 A씨는 해임 대신 정직 처분을 받았다. 두 단계나 감경된 것이다. 국방대 측은 "교원인지 특정직공무원인지에 대해 해석의 여지가 있어 개인담당자의 과실로만 보기 어렵다"고 감경 사유를 밝혔다.



#2. 지난 3월 서울 관악구·종로구 정기감사 결과 관악구 공무원 B씨가 2018년부터 2023년 휴일 근무 시간 중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해 경마장에 총 143회 방문한 사실이 드러났다. B씨는 경마장을 가고도 휴일근무수당을 신청해 총 362만원을 타냈다.

감사원은 B씨에 대해 강등을 요구했으나, 관악구는 정직 처분으로 감경했다. B씨가 반성하고 있고, 환수금 및 가산징수금을 모두 납부했단 이유에서다.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감사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올해 8월까지 약 5년간 감사원이 징계를 요구한 1098명 중 932명의 징계가 이행됐으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12명(44.2%)이 감경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감사원이 이 기간 동안 중징계를 요구한 공무원 252명 중 72명(28.6%)의 징계 수위가 낮아졌다. 먼저 감사원이 파면을 요구한 23명 중 1명이 해임으로 감경됐다. 7명에 대해서는 아직 이행 중이며 2명은 재심의·사망 등 이유로 종결됐다. 감사원이 해임을 요구한 33명 중엔 2명이 두 단계 낮은 정직으로 대폭 감경됐다. 7명에 대해선 여전히 이행 중이다.

이밖에 같은 기간 감사원이 강등을 요구한 19명 중 7명이 정직으로, 1명은 경고 등으로 대폭 감경됐다. 감사원이 정직을 요구한 177명 중엔 46명이 감봉으로, 7명이 견책으로, 8명은 경고 등으로 감경됐다. 징계 종류를 지정하지 않은 '부지정' 징계 대상자 846명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340명(40.1%)이 경고 등 경미한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원 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와 감봉·견책 등 경징계로 나뉜다. 파면과 해임은 모두 강제퇴직 처분이지만 퇴직금 수령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 파면되면 향후 5년간 공무원 재임용이 제한되고 5년 미만 근무자는 퇴직금이 4분의 1, 5년 이상 근무자는 절반이 깎인다. 해임은 3년간 공무원에 재임용될 수 없고 퇴직금에는 불이익이 없다.

징계문책 요구에 대한 감경 인원 수 추이 (2019년 이후, 상위 5개 기관)/그래픽=김다나징계문책 요구에 대한 감경 인원 수 추이 (2019년 이후, 상위 5개 기관)/그래픽=김다나
같은 기간 감사원의 공무원 징계요구에 대한 감경 현황을 기관별로 살펴본 결과 국방부와 국가보훈부가 17명으로 가장 많이 감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의 경우 2019년 9명, 2020년 1명, 2021년 6명, 2024년 1명 등 총 17명의 징계를 감경했으며, 국가보훈부는 2022년 17명의 징계를 감경했다. 서울특별시는 2019년 4명, 2020년 1명, 2021년 2명, 2022년 5명 등 12명을 감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국방과학연구소와 김해시가 각각 9명을 감경했다.



국방 관련 기관의 감경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훈장·포장·표창 등으로 감경된 사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원은 감사원법상 징계 요구권이 있을 뿐이지 징계권 자체는 없다"징계요구를 하면 해당 기관에서 징계위원회를 열어서 결정하는 것이지 저희가 최종 징계 처분에 대해 관여할 법적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훈장, 포장, 표창을 받는 경우 국가공무원법상 기관에서 감경할 수 있다"면서도 "합리적인 사유가 없이 감경했다면 감사원이 다시 책임을 묻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이 파면·해임 등 중징계를 요구하는 비위행위가 횡령, 금품·향응 수수 등 중대하단 점에서 관련 부처의 제식구 감싸기식 징계 의결을 감시하고 제재할 제도적 정치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유상범 의원은 "감사원의 중징계 요구에도 각 부처와 지자체에 의해 무시되기 일쑤이다"며 "감경 범위를 제한하거나 제재할 권한을 감사원에 두도록 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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