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과학자 지원하는 연구비, 동년배 남성 절반 수준"

머니투데이 박건희 기자 2024.10.1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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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원 이상 대형 R&D 과제 맡은 여성 책임자도 10명 중 1명 미만

국내 여성연구인력 연구비 및 승진 현황/그래픽=김지영국내 여성연구인력 연구비 및 승진 현황/그래픽=김지영


2022년 여성 연구책임자의 1인당 평균 연구비는 동년배 남성 연구책임자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계에 종사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격차는 점점 커졌다. 10억원 이상의 대형 R&D(연구·개발) 과제를 맡은 여성 책임연구자의 비율도 10명 중 1명 미만이었다. 여성 과학자의 연구계 진출 활성화가 이공계 인력난의 해결책으로 대두되지만, 과학기술계의 성별에 따른 격차는 여전히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이공계 대학, 공공·민간 연구기관에서 10억원 이상 규모의 대형 과제를 맡은 여성 책임자의 비율은 전체의 약 8.3%에 그쳤다.



대학의 여성 책임연구자가 전체 812명 중 62명(7.6%)으로 가장 적었다. 공공기관이 8.6%, 민간기관이 8.4%로 뒤를 이었다.

여성 책임연구자가 가장 많이 맡은 과제는 3000만원 이하의 소형 과제다. 전체 여성 연구자의 14.1%가 소형 과제를 진행했다. 이 비율은 특히 공공 연구기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연구 과제를 총책임지고 이끄는 직책인 '책임연구자'의 1인당 평균 연구비에서도 성별에 따른 차이가 나타났다. WISET 통계에 따르면 여성 책임연구자는 2022년 1인당 평균 2억 3000만원의 연구비를 받았지만, 남성 연구자는 평균 5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평균적으로 책임연구자의 비율이 높은 나이대인 40~50대에서 극명한 차이가 드러났다. 40대 초반 남성 3억 4000만원, 여성 1억 9000만원이었던 1인당 평균 연구비는 50대 초반으로 접어들며 남성 6억 7000만원, 여성 3억 2000만원으로 격차가 더 커졌다. 10년 이상 연구를 이끈 50대 초반 여성 연구책임자의 연구비가 40대 초반 남성 연구자의 평균치에 못 미치는 셈이다.

최수진 의원실은 "사실상 남성 책임연구자가 대형 연구과제의 90% 이상을 싹쓸이하는 셈"이라며 "더 큰 문제는 연구 실적 차이가 내부 승진과 채용 단계에서 차별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2022년 과학기술 인력 승진자 총 8420명 중 승진한 여성 과학자는 1481명으로 전체의 17.6%에 머물렀다. 대학 정교수가 된 여성의 비율은 18.8%, 공공 연구기관의 책임급 승진자는 15.9%였다.

최 의원은 "국내 과학기술계를 견인할 여성 인재를 육성하고 발굴하기 위해서는 관리자급 연구자를 키울 수 있는 성과 제도와 양성 체계가 필요하다"며 "연봉, 연구 평가, 출산 및 육아 지원책 등에 있어 정부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 /사진=최수진 의원실최수진 국민의힘 의원 /사진=최수진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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