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가켐바이오, 첫 '패키지딜'에 주가도 상승…"추가 패키지딜 논의 중"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2024.10.1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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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가켐바이오 'LCB97' 패키지딜 내용. /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리가켐바이오 'LCB97' 패키지딜 내용. /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


리가켐바이오 (121,200원 ▼2,200 -1.78%)가 첫 ADC(항체-약물접합체) 패키지딜을 완료하면서 주가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이번 계약은 블록버스터 약물을 개발한 일본 대형 제약사와 맺은 약 1조원 규모의 계약이다. 전임상 단계에서 성사된 만큼 향후 가치 상승은 물론, 타 제약사와의 추가 패키지딜 가능성에도 기대가 모인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리가켐바이오(이하 리가켐)의 주가는 이날 12만1200원으로 마감했다. 이달 초 9만7000원대였던 주가는 지난 10일 12만원대를 넘어서며 20% 이상 상승세를 보였다. 리가켐은 지난 10일 공시에서 일본 오노약품공업과 전임상 단계의 △L1CAM ADC 신약 후보물질 'LCB97'의 글로벌 독점권리와 △독자 개발 ADC 플랫폼 '콘쥬올'(ConjuAll)을 이용한 ADC 후보물질 발굴·공동연구 관련 계약 체결 내용을 공개했다. 이는 리가켐 설립 이래 첫 패키지 계약으로, 리가켐이 하나의 기업과 두 건의 계약을 한 번에 체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노약품이 LCB97 물질을 사들인 총 계약 규모는 선급금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포함해 최대 7억달러(약 9435억원)다. 그 외 전체 계약 규모나 표적 등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L1CAM을 타깃하는 추가 ADC를 동시 개발할 경우 계약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LCB97은 리가켐이 지난해 12월 스위스 엘쎄라로부터 도입한 L1CAM 타깃 항체에 리가켐의 링커와 페이로드(약물)를 접합한 ADC 파이프라인으로, 내년 임상 1상 IND(임상시험계획) 신청이 목표다. L1CAM은 여러 고형암에서 발현되는 단백질로 현재 상업화된 신약이 없는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타깃이란 점에서 잠재력이 높다.

오노약품은 시가총액 10조원 규모·일본 제약사 매출 상위 9위권의 대형 업체다.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와 PD-1 면역항암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를 공동개발했고,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이 옵디보와 관련돼 있다. 옵디보는 지난해 매출만 100억달러(약 13조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리가켐에 따르면 오노약품 역시 타 업체와 ADC 관련 협업을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패키지딜의 가장 큰 의미는 파이프라인의 '가치 상승'이다. 리가켐은 전임상 단계의 후보물질 여러 개를 기술이전한 바 있지만, 약 1조원에 달하는 '빅딜'은 처음이다. 앞서 회사는 2020년 △영국 익수다 'LCB73' △미국 픽시스 'LCB67'(현재 개발 중단) △중국 시스톤 'LCB71'(ROR1-ADC) 등 전임상 단계의 후보물질을 글로벌 업체에 기술이전했는데, 당시 계약 규모는 2800억~3000억원대였다. 리가켐 관계자는 "오노약품과 계약은 전임상 단계에서 꽤 큰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점이 큰 의미"라며 "이번 계약과 동일한 전임상 단계에서 기술이전했던 이전 사례와 비교하면 가격대가 급등했다"고 말했다.

앞서 리가켐은 지난 6월 '글로벌 R&D데이 콘퍼런스'를 개최, 패키지딜 확대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리가켐 관계자는 "최종 수요자인 글로벌 제약사의 판단에 따라 패키지딜로 갈지, 단건 단위의 계약을 맺을지는 달라지겠지만 파이프라인 관리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패키지딜을 추구하고 있다"며 "글로벌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할 수 있단 점에서 매력적인 계약 방식이다. 연내 계약을 단언할 수는 없지만 현재도 추가로 패키지딜을 논의 중인 해외 제약사가 여러 곳"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도 리가켐의 목표주가를 올려잡았다. DS증권과 유진증권, 다올증권은 16만원으로, 메리츠증권은 17만원으로 목표가를 상향했다. 김준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시젠·이뮤노젠·시나픽스 등 경쟁 ADC 플랫폼 기업이 빅파마에 인수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ADC 플랫폼 제공 업체 선택지가 한정적인 가운데, 글로벌 기업 입장에선 리가켐과 계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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