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유럽 간첩단" 7년 감옥생활…54년만에 '무죄' 9억 받는다

머니투데이 양윤우 기자 2024.10.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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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법원, 로고, 법원로고 /사진=김현정삽화, 법원, 로고, 법원로고 /사진=김현정


박정희 정권의 대표적 공안 조작 사건으로 꼽히는 '유럽 간첩단 사건'에 연루됐다 55년 만에 무죄를 확정받은 이가 형사보상금을 받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3부(이창형 부장판사)는 지난 4일 김신근씨에게 국가가 형사보상금으로 9억120여만 원을 지급할 것을 결정했다. 형사보상은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에게 국가가 구금이나 재판에 따른 손해를 보상해 주는 제도다.



앞서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지난 7월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았던 김씨의 재심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유럽 간첩단 사건은 외국에서 유학 중 동베를린(동백림)을 방문한 유학생들이 1969년 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다.



김씨는 1966년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유학하던 중 북한 공작원과 접선해 지령 서신을 전달하고 사회주의 관련 서적을 읽은 혐의로 기소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 기록 등에 따르면 김씨는 중정 직원 3명에게 체포영장이나 연행 사유를 고지받지 못한 채 연행당한 뒤 8일간 구금당했다가 구치소에 수감됐다.

김씨는 1심 재판이 끝날 때까지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중정 조사 당시 수사관들로부터 고문과 폭행, 가혹행위를 당하고 중정 수사관들이 원하는 대로 진술서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재심을 맡았던 서울고법은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 의해 불법체포·구금된 상황에서 수사받았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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