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주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 /사진제공=법무법인 세종
"베트남 고객사가 이유없이 계약을 취소했는데 여기서도 공정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을까요?"
베트남으로 건너와 현지 변호사들과 업무를 시작한 것이 3년 전 초여름이다. 매캐한 공기, 노상 습하고 무거운 날씨, 기대를 접으면 한번씩 얼굴을 비추는 쨍한 햇볕, 그리고 무더위. 짧게 잡아도 삼성전자 박닌 공장 설립 이후 20년이 넘는 유구한(?) 주재(駐在)의 역사가 교민사회까지 팽창시키면서 이곳 하노이는 남부 호치민과 함께 한국 기업의 출장 코스에 빠지지 않는 주요 해외 거점이 된 지 꽤 됐다.
누군가 베트남법에 대해 물으면 "있어야 할 것은 다 있습니다. 다만…"이라고 대답한다. 필요에 따라 법이 부지런히 제·개정되고 있지만 법률적 해석의 원칙이 일반화되지 않아 법의 공백이나 법령간 모순을 해결하는 방식이 제각각임을 부연해야 하는 것이다. 베트남 법원이 판결에 공식적인 기속력을 부여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지 싶다. 베트남 공무원들은 법에서 '된다'고 명시한 사항이 아니면 '안 된다'고 단정하기 일쑤다. 한국계 진출기업을 대상으로 법률지원을 하다 보니 이런 간극을 메우는 것이 나의 중요한 역할이 됐다.
두번째는 베트남 정부나 계약 상대방인 베트남 측을 설득해 베트남법상의 공백이나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다. 즉 한국에서 통용되는 상식과 관행을 법률의 이름을 빌어 베트남 현지에 관철시키는 작업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법률은 인간이 가진 도덕과 상식의 축소판이고 사회의 경제·문화·기술을 수렴하는 집합점이기에 가능한 것이지만 우리 법률가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꽤 뿌듯한 지점이다. 현지 투자기업과 교민에 대한 한국 대사관이나 상공인연합회(KOCHAM) 등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네, 팀장님. 근데 베트남에서는요." 베트남과 한국의 공생관계, 그 안에서 분투하는 오늘의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