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취임 4년, 역대급 실적…현대차그룹 '퍼스트 무버' 도약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2024.10.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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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2024년 현대차그룹 신년회에 참석해 '한결같고 끊임없는 변화를 통한 지속 성장'이라는 새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2024년 현대차그룹 신년회에 참석해 '한결같고 끊임없는 변화를 통한 지속 성장'이라는 새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글로벌 판매 '빅3' 진입, 신용등급 A '트리플 크라운', 역대 최대 매출·영업이익·영업이익률.

오는 14일 취임 4년을 맞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성적표다. 현대차·기아가 창사 이후 명실상부한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 톱티어로 자리매김하면서 정의선 리더십 아래 현대차그룹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소, 자율주행 등 미래 신사업 분야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남겨진 과제로 꼽힌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022년 처음 연간 글로벌 판매 3위에 오른 이후 올 상반기까지 토요타, 폭스바겐과 함께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도 지난해 '톱4'에 진입했고 올해 상반기 역시 친환경차 16만대 등 총 81만여대를 판매해 순위를 지켰다.

외형뿐 아니라 내실에서도 성장을 이뤘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률 10.7%를 기록해 글로벌 '톱5' 완성차 업체 중 수위를 차지했다. 합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39조4599억원, 14조9059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였다. 지난 1분기에는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6조9831억원)이 폭스바겐그룹의 영업이익 45억8800만유로(약 6조7935억원)를 넘어섰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글로벌 신용평가사 S&P, 무디스, 피치 등으로부터 일제히 신용등급 A등급을 획득했다. 신용등급 A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현대차·기아,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 일본의 토요타와 혼다가 전부다.

기술력과 상품성을 바탕으로 브랜드 위상도 높아졌다. 최근 10년간 '북미 올해의 차', '유럽 올해의 차', '세계 올해의 차' 등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이 높은 6개의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 현대차·기아는 총 66개의 상을 받으며 2위인 폭스바겐을 크게 앞질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4월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이 끝난 후 인도권역 현지 직원들의 '셀피' 요청을 받고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4월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이 끝난 후 인도권역 현지 직원들의 '셀피' 요청을 받고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전기차·하이브리드·수소전기차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서 약진
최대 실적 배경엔 고수익 차량 중심으로 판매 체질 개선이 있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판매 중 RV(레저용차량)·제네시스 비중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고 기아도 같은 기간 주요 시장인 미국 내 RV 판매 비중이 78%에 달했다.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전기차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친환경차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높였다. 전기차 캐즘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기아는 친환경차의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미국에서 올 상반기 6만1883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현지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두 자릿수로 뛰었고, 테슬라에 이어 미국 전기차 '톱2'에 올랐다.

전기차 톱티어 위상을 구축할 수 있었던 비결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꼽힌다. E-GMP는 정의선 회장이 적극적으로 주도한 전기차 퍼스트 무버(선도자) 전략의 출발점이다. E-GMP에 탑재된 동력시스템은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워즈오토'가 선정하는 '최고 10대 엔진 및 동력시스템'을 3년 연속 수상했다.



하이브리드차 판매도 순항 중이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15.6% 증가한 49만대가량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연말까지는 양사 합산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처음 100만대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전기차 분야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글로벌 수소차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넥쏘 후속 모델을 2025년까지 출시하고 향후 10년간 5조7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수소산업 업계에서 톱티어의 입지를 한층 공고히 한다는 복안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8월 2024 파리올림픽 여자양궁 개인전 시상식 직후 (왼쪽부터) 남수현, 전훈영, 임시현 선수를 축하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8월 2024 파리올림픽 여자양궁 개인전 시상식 직후 (왼쪽부터) 남수현, 전훈영, 임시현 선수를 축하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변화 주도…신사업 수익성 확보 등 과제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혁신에도 주력하고 있다. 로보틱스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사업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로보틱스랩,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 AI(인공지능) 연구소 간 글로벌 협업을 바탕으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로봇 활용 영역을 확장하는 동시에 인공지능과 유기적으로 결합한 '지능형 로봇'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의 핵심 기술인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자율주행 데이터 수집, AI 모델 학습 등을 활용한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추진한다. 또 플랫폼화된 자율주행 차량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에 판매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전개하고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중심으로 미국, 유럽, 아시아태평양 등 다양한 시장으로 로보택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분야에서는 차세대 기체 'S-A2'의 실물 모형을 최초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은 AAM 시장 개화가 예상되는 2028년 시장 진입을 목표로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전기차 경쟁력 극대화, 미래 신사업 수익성 확보, 지정학적 리스크 대비 강화 등은 현대차그룹의 극복해야 할 과제다. SDV, 자율주행, 로보틱스, AAM 등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미래 모빌리티 신사업은 그룹 중장기 로드맵을 체계적이고 지속해서 추진하고 가시적 성과를 조기에 구체화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급변하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대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정의선 회장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 중인 상황에도 임직원들에게 '미리미리' 준비할 것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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