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귀향인이 함께 만드는 마을 '웃음꽃 핀다'

머니투데이 진안(전북)=정혁수 기자 2024.10.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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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만들기 분야' 농식품부장관상 진안군 봉곡마을

전북진안 봉곡마을은 제11회 행복농촌만들기 콘테스트에서 '마을만들기' 분야 동상을 수상했다. /사진=정혁수전북진안 봉곡마을은 제11회 행복농촌만들기 콘테스트에서 '마을만들기' 분야 동상을 수상했다. /사진=정혁수


"사실 처음부터 무슨 계획을 세워놓고 시작 한 건 아닙니다. 각자의 추억이 담긴 소품을 모아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했는 데 주민들이 서로 도와가며 하나씩 모으다 보니 마을 박물관이 돼 버린거죠. 각자의 추억이 살아있다 보니 우린 '기억저장소'라고 불러요. 하하"

전북 진안군 봉곡마을 이재철 자치위원장은 지역 명소로 유명한 '학선리 마을박물관'의 과거와 현재를 소개하며 농촌지역에서 활기찬 마을을 만들어 가는 가장 큰 비결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이를 위한 끊임없는 소통이라고 13일 말했다.



봉곡마을은 진안군 동향면 학선리에 위치하며 원주민과 귀농·귀촌·귀향인이 함께 참여해 만들어가는 작은 마을이다. 진안, 무주, 장수 3개군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고 전체 가구 수가 34가구(인구 70명)에 불과하지만 주변으로부터 '활기찬 농촌마을'로 부러움을 사고 있다.

농촌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속에서도 다양한 재능을 갖춘 젊은 인재들이 정착해 효과적인 교육과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다 기존 주민과 잘 어울리다 보니 마을에는 남녀노소 할 것없이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행복한 노인학교, 마을박물관, 문화공간 담쟁이 등에서 계층별로 다양한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행복한 서로 돌봄을 실천함으로써 마을복지가 하나씩 이루어져 가고 있다.
마을박물관에 전시된 옛 사진들 /사진=정혁수마을박물관에 전시된 옛 사진들 /사진=정혁수
봉곡마을 노인학교에는 80세가 넘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직접 만든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정혁수봉곡마을 노인학교에는 80세가 넘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직접 만든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정혁수
주민 자치위원회가 운영하는 '행복한 노인학교' '학선리 마을박물관'은 교육과 역사 보존을, '문화공간 담쟁이'는 주민 스스로 문화 활동과 환경 보호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는 평가다.

'행복한 노인학교'에서는 젋은 주민들이 재능 나눔을 통해 한글학교, 미술, 요가, 수영 등 다양한 배움을 제공하고 있다. '내 나이가 어때서' '심청천' 등 연극공연과 자서전 '인생이잖아' '너 어찌 그리 이쁘야' 등 시집 발행과 어르신들의 작품 전시를 담당하는 '해거름 갤러리' 운영은 주민들의 자존감 제고로 이어지고 있다.

또 이 곳에는 여든이 넘어 한글을 처음 배운 할아버지 할머니가 삐뚤 빼둘 적은 글과 그림들, 서툰 붗질로 알록 달록 꾸민 도자기, 자신들이 직접 쓴 글로 만든 시집과 수필 등이 전시돼 외지에서 온 방문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요강, 학생증 등 자신의 소중한 물품을 기증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고있는 마을박물관과 봉곡기억관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또 쓰레기 분리수거와 자원재활용, 햇빛발전소 건립을 위한 로드맵 구성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마을 조성에도 적극적이다.
봉곡마을 이재철 자치위원장이 마을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과 기증자의 사연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혁수봉곡마을 이재철 자치위원장이 마을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과 기증자의 사연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혁수
봉곡마을 박물관에는 옛 공무원증, 주민등록증 등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정혁수봉곡마을 박물관에는 옛 공무원증, 주민등록증 등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정혁수
봉곡마을의 매력은 '행복한 마을공동체가' 많다는 것이다. 2017년부터 농번기에 운영하는 '함께하는 밥상', 어르신들을 위한 젊은 주민들의 반찬 나눔, 재난지원금 지급 등 다양한 돌봄활동을 신청하고, 협동조합과 공동체 활동으로 대보름 행사와 벼룩시장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매달 열리는 공유마당 썸썸이 대표적인 행사다.

올해는 마을 주민들이'영화만들기'에 나서면서 마을 전체가 영화 세트장으로 바뀌기도 했다. '쓰레기 분리수거는 돈(money)'이라는 내용을 소재로 분리수거에 앞장서는 봉곡마을 주민 이야기를 필름에 담았다. 영화를 본 주민들이 서로를 칭찬하고, 서툴지만 진지했던 과정에 행복해 하는 모습은 모두의 '추억'이 됐다.



전라북도가 개최한 2021년 제8회 생생마을만들기 콘테스트 농촌마을 만들기 문화·복지분야 최우수상 수상했다.
봉곡마을 주민들은 올해 직접 마을영화를 찍었다.사진은 영화제작 과정을 소개하는 포스터.   /사진=정혁수봉곡마을 주민들은 올해 직접 마을영화를 찍었다.사진은 영화제작 과정을 소개하는 포스터. /사진=정혁수
김소형 농식품부 농촌재생지원팀장은 "인구 감소 등 농촌이 처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주민 스스로가 농촌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보여 준 봉곡마을의 사례는 매우 고무적"이라며 "각 마을의 혁신 아이디어와 경험을 공유해 농촌이 국민 모두에게 행복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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