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모습

머니투데이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 2024.10.14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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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


찜통더위라는 말로도 표현하기 힘든 무덥고 긴 여름이었다. 올해가 '시원한 여름이었다'라는 무서운 예언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리는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산업계의 대응노력을 살펴보자.

첫째, 필수품이 돼버린 에어컨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노력이다. 에어컨의 경우 냉매가 관건인데 주로 프레온이나 수소불화탄소 계열 냉매가 사용된다. 이들 냉매는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 문제인데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이들 냉매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50년 세계 총배출량의 10%를 차지할 거란 분석이다.



이에 지속가능한 냉방 논의가 활발한데 2016년 설립된 이스라엘의 노스트로모사가 선두주자다. 이 회사는 물을 활용한 '아이스브릭'(IceBrick)이라는 얼음 기반 에너지저장시스템을 주무기로 내세운다. 전력수요가 낮은 시간대에 물을 얼려 얼음 형태로 저장한 후 피크시간에 냉방시스템에 사용하는 일종의 '냉각 에너지저장장치(ESS)'인 셈이다. 주로 대형건물에 사용되는데 미국 캘리포니아 호텔에 설치됐고 앞으로 3년간 120여개 건물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2017년 설립된 미국 블루프런티어는 냉매 대신 소금액을 제습제로 이용해 전력소비를 최대 90% 줄인 에어컨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이미 이 기술에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브레이크스루에너지 등 유력 투자가들이 자금을 댈 정도로 관심이 높다고 한다.



둘째, 친환경 지붕과 솔라굴뚝(Solar Chimney)과 같은 '대안적 방법'에 대한 논의가 관심을 끌고 있다. 앞으로 이상고온이 지속될 경우 에어컨만으론 실내를 충분히 냉방할 수 없다는 존스홉킨스대학의 연구결과가 제시됨에 따라 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옥상·지붕 녹화사업과 솔라굴뚝에 대한 관심이 부상하고 있다. 옥상·지붕 녹화는 지붕·옥상에 식물을 심어 녹화하는 것으로 건물의 단열성 제고를 목적으로 하고 솔라굴뚝은 태양열을 이용해 열기를 흡수·방출함으로써 실내환기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이들 기술을 적용한 것이 바로 '패시브하우스'인데 이런 주택이 에너지효율과 실내환경 개선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한다.

셋째, 업계 움직임에 부응하는 정부의 노력도 한층 심화하고 있다. 2024년 6월 총선에서 승리한 영국 노동당 정부는 2024년 7월 대규모 태양광발전소 3곳을 승인하면서 주택 태양광패널 설치를 지원하는 '태양광 옥상혁명'(Solar Rooftop Revolution)이란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의 수백만 가구에서 주택 태양광으로 스스로 전기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내년부터는 신축건물에 태양광 관련 표준을 새롭게 도입할 것이라고 한다.

이렇듯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은 각계각층에서 다각도로 발현되지만 이런 대응노력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본능에 역행하는 '불편한 삶의 방식'을 필연적으로 수반할 수밖에 없다. 삶의 방식을 편리하게 유지하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점을 줄여나가는, 그야말로 '어나더 레벨'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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