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정형·재활 '더블 보드' 의사 "십자인대파열, '이렇게' 치료하면 재발 걱정 無"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10.1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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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동원 바른세상병원 병원장

서동원 바른세상병원장이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바른세상병원서동원 바른세상병원장이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바른세상병원


서동원 바른세상병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재활의학과와 정형외과 전문의 자격을 동시에 보유한 '더블보드'(Double Board) 의사다. 한 번 하기도 힘들다는 전공의 수련 과정을 두 번이나 거쳤다. 재활의학과 전문의를 따고 미국 하버드 의대에서 연수받을 때 근골격계 질환에 관절경 등 수술적 치료의 중요성과 효과를 체감했다고 한다. 30대 중반 정형외과 전문의 과정을 한 번 더 밟은 후 지금까지 "재발 걱정 없는" 무릎 전방십자인대 치료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8일 찾은 경기도 분당 바른세상병원은 이른 아침부터 환자로 붐볐다. 몰리는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본관, 신관, 별관 등 병원도 확장을 거듭하다 보니 길을 헤맬 정도로 규모가 상당했다. 병원 측은 개원 후 20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양적·질적 성장을 이뤘다고 전했다. 의료진 1명, 직원 7명에서 시작한 '바른세상정형외과의원'은 이제 의료진 29명, 직원 430여명, 연간 내원 환자 수가 20만명에 달하는 전문병원으로 우뚝 섰다.



바른세상병원이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인지도를 확보한 건 관절 치료의 전문성 덕분이다. 병상 수가 채워지지 않았던 1주기를 제외하고 4회 연속 보건복지부로부터 관절 전문병원으로 인증받으며 '관절 명가'의 반열에 올랐다. 특히,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 치료의 노하우는 국내 정상급이다. 런던 올림픽에 국가대표 주치의를 파견하고, 아이스하키와 프로축구팀의 공식 병원으로 지정되는 등 프로 선수들이 애정하는 병원이기도 하다. 서 병원장을 만나 십자인대파열에 관한 치료 노하우를 물었다.

경기도 분당 바른세상병원 전경.경기도 분당 바른세상병원 전경.
-무릎 전방십자인대는 어쩌다 끊어지나.
▶10~20대는 축구나 농구, 유도와 같은 격렬한 스포츠가 손상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군인들이 군대 축구를 하다 특히 무릎 십자인대가 잘 끊어진다. 40대 남성도 축구를 하다 인대 파열이 오는 사람이 많다. 이 나이대 여성은 보통 높은 데서 떨어졌거나 발을 헛디뎌 무릎이 뒤틀린 경우처럼 외상이 문제가 된다. 60대 이상은 인대 파열이 드문데, 젊을 때 부분 파열된 걸 몰랐다가 관절염이 심해지면서 인대가 덩달아 손상되는 사례가 많다.



-무릎 바깥쪽에 있어 손상당하기 쉬운 건가.
▶이름 때문에 바깥쪽에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무릎 안쪽에 있다. 전방십자인대는 대퇴골(허벅지뼈)의 뒤쪽에서 경골(종아리뼈) 앞쪽으로 붙는다. 무릎 뚜꼉뼈(슬개골) 앞쪽을 감싸는 근육은 허벅지부터 내려오는 4개의 대퇴사두근으로, 무릎 뒤쪽의 햄스트링과 함께 무릎 안정성을 책임지는 근육이다. 인대가 끊어지는 건 뼈가 앞뒤로 밀리거나, 회전력으로 인대가 뒤틀리기 때문이다. 대퇴사두근이나 햄스트링이 받쳐주면 인대도 보호가 된다. 무릎 부상을 예방하고 인공관절, 인대 파열 시 재활 모두에 이 두 근육을 강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해부학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체지방이 높고 근육량이 적기 때문에 무릎 건강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인대 파열은 어떻게 구분되나.
▶전방십자인대는 여러 겹의 실이 겹쳐있는 형태다. 일부가 손상된 부분 파열의 경우 약해지긴 했어도 남은 인대가 있어 순간적인 통증이 있더라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 하지만 실타래가 전부 끊어진 완전 파열이라면 인대 재건술을 해야 한다.

전방십자인대 파열 시 치료  전략./사진=바른세상병원전방십자인대 파열 시 치료 전략./사진=바른세상병원
-MRI를 촬영해 진단하는 것인가.
같은 영상학적 소견이라도 나이, 증상, 신체 활동, 관절과 연골 등 조직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부분 파열이라도 증상이 심하고 격렬한 활동을 많이 한다면 수술할 수 있다. 반대로 나이가 많고 신체 활동 강도가 낮다면 수술의 이득이 제한적일 수 있다. 우리 병원이 거의 매일 의사 콘퍼런스를 여는 것도 환자에게 맞는 최선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서다.


-환자가 흔히 하는 실수나 오해가 있다면.
▶가장 큰 실수는 완전 파열인데 부목이나 보조기 착용, 재활 등 보전적 치료를 하는 것이다. 부분 파열로 착각해 방치되는 것이다. 인대가 파열되면 죽은 조직이 돼 면역계가 발동, 이를 흡수해 아예 사라진다. 남은 인대를 살리는 것도 중요한데 이걸 못하게 된다.

-의사가 진단하는 건데도 놓칠 수가 있나.
▶인대가 실타래 같다고 설명했는데, 겉은 멀쩡해도 속이 끓어지는 경우가 있다. MRI는 물론 심지어 내시경으로 봐도 잘 모른다. 부분 파열이 완전 파열로 진행하지만 이를 정기적으로 추적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 급성 증상이 가라앉고 경제적, 신체적으로 부담되는 MRI 촬영을 환자에게 자주 권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4주에서 6주 휴식하고 재활했는데도 무릎이 계속 삐그덕거리거나 빠지는 느낌이 들면 "이게 부분 파열이 아닐 수 있겠구나" 스스로 의심해야 한다. 전방십자인대 재건 수술을 한 후에도 마찬가지다. 안심하지 말고 꾸준히 무릎 증상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서동원 바른세상병원장./사진=바른세상병원서동원 바른세상병원장./사진=바른세상병원
-인대 재건술은 완치 목적이 아닌가.
▶수술하고 보통 3년 정도 지나면 문제가 드러난다. 꼭 재활을 잘하지 못하고 무릎을 함부로 쓰지 않았어도 수술법의 한계로 무릎 불안정성이 재발하는 경우가 있다.

-의사 입장에서 고민이었을 것 같다.
▶나 역시 전방십자인대가 끊어져 수술받았다가 비슷한 문제를 경험했었다. 재활의학과 전문의를 따고, 정형외과 수련을 또 받은 것도 이런 비수술적 치료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겠다는 의지가 작용했다. 재활이 필요 없을 정도로 수술을 아주 잘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답을 찾았나.
▶전방십자인대 재건 수술의 성패를 결정짓는 5가지 요소가 있다. ①이식 건의 고정 ②이식 건의 선택 ③잔존인대 보존 ④이식 건을 뼈에 붙이는 터널의 위치와 각도 설정 ⑤재활프로그램이다. 이 중 ①~③이 치료 결과의 차이를 만든다. ④, ⑤는 교과서적으로 표준 방식이 정립돼있다.



-이식 건의 고정이 왜 중요한가.
▶인대 재건술은 인대가 붙은 허벅지, 종아리뼈에 터널(구멍)을 뚫고 인대를 이식하는 수술이다. 뼈에 들어간 인대가 시간이 지나면서 융합돼 자기 인대처럼 생착해야 한다. 이식 건을 터널에 넣고 나사로 고정하는데,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무릎을 움직일 때마다 인대가 들락날락하면서 늘어나고 터널이 넓어져 불안정성이 재발한다.

인대 재건술에 쓰는 아킬레스건의 모습. 노란색 동그라미가 터널의 빈틈을 메우우는 '본블럭'이다. /사진=바른세상병원인대 재건술에 쓰는 아킬레스건의 모습. 노란색 동그라미가 터널의 빈틈을 메우우는 '본블럭'이다. /사진=바른세상병원
-이식 건은 종류가 많나.
▶자기 몸에 있는 햄스트링을 쓰는 자가건, 커대버에서 얻은 아킬레스건을 쓰는 타가건(동종건)으로 구분한다. 각각 장단점이 있는데 자가 건을 쓰면 안 그래도 약한 무릎 고정력이 더 떨어질 수 있어 타가건을 주로 활용한다. 이것이 이식 건 고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타가건은 발뒤꿈치의 아킬레스건을 멸균시킨 상태로 수입한다. 발꿈치뼈에 인대가 붙은 상태로 온다. 우리 병원은 타가건을 위아래 터널에 고정할 때 발꿈치뼈가 붙은 쪽은 그대로 깊숙이 집어넣어 나사로 고정하고, 반대쪽은 남은 뼈를 가공해 '본 블록'(bone block)을 만들어 빈틈을 메운다. 비어있는 공간 없이 밀착시키고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면 인대가 더 빠르게 생착된다. 빈 곳에 물이 스며들어 인대가 흡수돼 사라지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잔존인대를 최대한 지키는 이유는.
▶완전 파열로 수술할 때도 남은 인대를 최대한 살려 이식 건과 봉합한다. 단순히 묶는 게 아니라 이식 건을 꼼꼼히 덮어 '결합'하는 개념이다. 잔존 인대를 보존하는 건 첫째 자체 신경을 살리면서 고유 수용성 감각을 유지할 수 있고, 둘째 혈관이 자기인대화 과정을 촉진하고 면역 반응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는 만족하나.
▶그렇다. 15년간 무릎 전방십자인대 수술을 진행하며 병원을 이 정도로 키울 수 있었던 건 결과가 좋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특히 군대 등에서 전방십자인대를 다친 20대 환자가 수술 후 "전보다 축구를 더 잘하게 됐다"고 말할 때 뿌듯하다. 약해진 인대로 운동해왔던 걸 수술로 100%를 만들어 더 잘하게 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일부 환자는 재수술을 위해 다시 만나기도 하는데, 거의 과격한 운동이나 외상을 하다 손상을 입는 경우다. 애당초 수술하지 않았어도 인대가 터질만한 행동을 해서 환자 본인도 "끊어질 만했다"고 수긍한다. 앞으로도 배우는 자세를 잊지 않고 다양한 근거와 경험을 통한 '환자 중심' 치료 실현을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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