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못 태어날 뻔"…노벨문학상 한강, 책과 함께 컸다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4.10.1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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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사진=뉴스1한국인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사진=뉴스1


"하마터면 못 태어날 뻔했지."

한국 작가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은 어린 시절 주변 어른들에게서 이 말을 종종 들었다고 한다.

한강은 1970년 11월 광주에서 소설가 아버지 한승원씨, 어머니 임강오씨 사이 2남1녀 장녀로 태어났다. 어머니 임씨는 한강을 임신하고 있을 때 장티푸스에 걸려 약을 한 움큼씩 먹어야 했다.



어른들의 말처럼 하마터면 못 태어날 뻔했지만 결국 세상의 빛을 본 한강은 훗날 "내게 삶은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한강의 어린 시절은 책으로 설명된다.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후 노벨위원회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책과 함께 성장했다"며 "특히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고 말했다.



소설가 아버지 덕분에 집엔 늘 책이 쌓여 있었다. 한강은 과거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어떤 억압 없이 책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책을 보다가 날이 가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그는 "세상에 널린 것은 책과 시간이었다"며 "책을 읽다가 어느 순간 글자가 안 보여서 얼굴을 들어보니 해가 졌다"고 말했다. 이어 "일어나서 불을 켜고 다시 책을 읽었다"고 했다.

책 속에서 자란 한강은 손꼽히는 문인 집안의 장녀다. 한강 부녀는 나란히 '이상문학상'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버지 한승원은 '불의 딸', '포구', '아제아제 바라아제' 등을 쓴 저명한 소설가다. 오빠 한동림도 등단한 소설가다. 남동생 한강인은 소설을 쓰고 만화를 그리는 만화작가다. 한강의 남편은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는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다.

한승원은 딸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소식을 듣고 실감이 안 났다"며 "세상이 꼭 발칵 뒤집어진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강은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잡지 '샘터'에서 기자로 일했다. 그러다가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고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돼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됐다.

장편소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을 펴내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주목받았다. 그는 '채식주의자'로 2016년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상, 이듬해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지난해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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