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스코어보드-정무위]임종룡이 떠나간 자리 남은 것은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권화순 기자, 방윤영 기자 2024.10.11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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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24 국정감사]국회 정무위원회 - 금융위원회 등

[300스코어보드-정무위]임종룡이 떠나간 자리 남은 것은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위원회·산업은행·기업은행 국정감사= 강준현(민), 강훈식(민), 김남근(민), 김병기(민), 김용만(민), 김현정(민), 민병덕(민), 박상혁(민), 유동수(민), 이강일(민), 이인영(민), 이정문(민), 조승래(민), 천준호(민), 강명국(국), 강민국(국), 권성동(국), 김상훈(국), 김재섭(국), 유영하(국), 이헌승(국), 신장식(혁), 한창민(사), 윤한홍(국, 위원장), 김병환(금융위원장)

직전 국민권익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8일)에서 여야 및 기관 사이 충돌에 너무 많은 힘을 쏟아서였을까. 10일 국회 정무위의 금융위원회 등에 대한 2024년도 국정감사는 종일 차분하고 훈훈한 분위기 속 다양한 금융현안 질의가 이어졌다.



금융사고로 증인 출석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지만 무의미한 호통이 이어지기보다는 대안들을 이끌어내는 시간이 됐다는 평가다. 증인 외 기관장을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 다양한 문제 제기가 이어진 것은 긍정적이었지만 유의미한 답변이나 실질적 대안 도출이 적었던 점은 아쉬웠다. 취임한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여야 호평 속 성공적 국감 데뷔전을 치렀다.

이날까지 국감 사흘째를 맞은 정무위는 성실함의 끝을 보여줬다. 5선의 다선 중진 의원에서부터 초선 의원까지 국감에 불출석한 의원이 없었음은 물론 대체로 이석 시간도 짧았다. 국감 내내 "존경하는 A의원님 말씀주신 것처럼"이란 말이 반복됐는데 상대 의원이 하는 질문을 경청했단 뜻이다.



긴장감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야당 의원들은 김병환 위원장에 대해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등 주가조작 사건 관련 한국거래소의 이상거래 심리보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MG손해보험 특혜 매각 의혹을 묻는 대목에서도 김 여사가 거론됐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시 사모펀드 투자자들에게 세제혜택이 될 수 있단 점을 우려하며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부인이 과거 사모펀드에 투자했었던 사실을 꺼내기도 했다. 자칫 민감할 수 있는 주제들이었지만 의원들은 상대 의원의 발언 도중 끼어들거나 무례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4선이자 여당 정책위의장다운 관록을 보여줬다. 여전히 진행중인 이슈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잊지 않고 짚었는데 국내 들어와있는 외국계 법인들이 유독 유한책임회사 형태를 띄고 있는게 외부감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티메프 모기업 큐텐코리아도 유한책임회사였다. 김상훈 의원은 "회사 형태와 관계없이 자산이나 매출액이 일정규모 이상일 경우 외부감사 대상으로 하는 제도적 개선 장치가 필요한게 판단된다"며 김병환 위원장으로부터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을 끌어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티메프 사태 관련 상품권 할인 문제를 파고 들었다. 상테크(상품권 재테크) 구조도를 그리며 "이는 사실상 '상품권 깡'"이라며 "발행부터 유통까지 충분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전자발행의 경우 이미 전자금융거래법 규제 대상이 되고 있지만 지류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가계부채나 상법 개정 등 금융권 굵직한 현안을 두루 명료하게 짚어 초선답지 않은 노련함을 보여줬다. 가계부채 관련 금융위의 정확한 입장이 무엇인지 물어가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절대적 대출 잔액을 줄이라 하면 그것은 영향이 너무 크다"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낮춰가자는 것이다. 확실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금융위가 최근 와서 가계부채 관리를 철저히 해야된다는 입장이란 것"이라고 했다.



초선이자 '도봉이 낳은 스타'(도낳스)란 별명을 가진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발로 뛰는 국감'으로 눈길을 끌었다. 티메프 청문회에서도 '실제 시도'에 기반한 질의로 기관장을 당황시켰었는데 이번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은행 점포수 부족을 지적하기 위해 의원실에서 지역구에 가 직접 찍어온 사진을 화면에 띄웠다. 또 실손보험청구 전산화 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준비작업이 더디다는 점을 지적,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생활밀착형 국감으로 호평받았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경제 전문가답게 차원이 다른 내공있는 질의들로 기관장을 경청케 했다. 유 의원은 주식시장이 개선되려면 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를 높이는게 중요하며 단기가 아닌 중장기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산업은행이 단기적 요소에 따라 널뛰는 당기순이익과 과도한 정부배당으로 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시장에서 어려운 현물을 산업은행에 넘기면서 산업은행으로부터는 막대한 배당 현금을 받아가고 있단 건데 "이래서 우리나라 산업이 발전 되겠나"라고 일침을 놨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올해도 '금리투사' 면모를 보여줬다. 민 의원은 김 위원장에 "이번에 정책모기지에 대해서는 중도상환 수수료는 면제하자는 법안을 냈다"며 "긍정적 생각을 해달란 부탁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민 의원은 이날 국감 초반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심 사례 관련 한국거래소 이상거래 심리보고서 제출을 요구했는데 국감 말미 이를 다시 확인했다. 이에 김병환 위원장은 "금융위가 받은 것은 맞다"면서도 "금융실명법에 따르면 제출할 수 없다. 앙해해달라"고 답했다.



한편 김병환 위원장은 취임 후 약 두 달 반 만에 처음 데뷔한 국감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이고 성실한 답변 태도로 주목받았다. 업무에 대해 숙지하고 있음은 물론 금융위가 현재 갖고 있는 고민이나 한계에 대해서도 의원들과 공유함으로써 이날 국감을 지켜본 국민들로 하여금 정책 이해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정무위 여당 간사를 맡은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역대 금융위원장 중 업무 파악이나 능력 면에서 가장 출중하신 것 같다"며 김 위원장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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