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스코어보드-환노위]김문수에 힘빼더니 매서움 실종된 국감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조규희 기자 2024.10.11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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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24 국정감사]국회 환경노동위원회-고용노동부

[300스코어보드-환노위]김문수에 힘빼더니 매서움 실종된 국감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 강득구(민), 김주영(민), 김태선(민), 박정(민), 박해철(민), 박홍배(민), 이용우(민), 이학영(민), 김소희(국), 김위상(국), 김형동(국), 우재준(국), 임이자(국), 조지연(국), 정혜경(진), 안호영(민, 위원장), 김민석(고용노동부 차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가 파행을 거듭한 끝에 자정을 넘겨 마무리됐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증인 철회와 관련해 장시간 공방을 벌인 여야는 오후 6시에 가까워서야 본격적인 감사에 착수했다. 새로운 의제가 제시되고 기존의 안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힘을 너무 빼고 치러진 탓인지 국감 특유의 매서움은 실종됐다는 반응이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환노위 고용노동부 국감 시작과 동시에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김문수 장관의 뉴라이트 역사관 때문에 인사청문회가 파행하고 인사청문보고서조차 채택되지 못했다"며 "지난달 대정부질문에서 (김 장관이) 공부해오겠다고 한 만큼 명확한 역사관에 대해 재차 입장을 묻고 인식이 변함없다면 퇴장시켜야 한다"고 요청했다.

김문수 장관은 지난 8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 선조들 국적은 일본"이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환노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국감 시작 전부터 당시 앙금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학영 국회 부의장과 강득구 민주당 의원을 제외한 야당 의원들이 김 장관이 한 악수 요청을 거절할 정도였다. 박홍배 의원의 발언을 필두로 여야 의원들이 의사진행발언을 앞다퉈 요청하며 공방이 본격화했다.



야당 의원들이 김 장관이 대한민국 헌법의 정통성을 정면으로 부정했다며 거듭 입장 표명을 요청한 가운데 환노위 여당 간사인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상임위(상임위원회) 때마다 역사관을 묻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퇴정 조치할 거냐"며 "국감은 우선 진행해야 한다"고 대응했다. 국감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업무보고도 하지 못한 상태로 여야의 공방이 지속되자 민주당 소속 안호영 환노위원장은 시작 40분 만에 감사 중지를 선언했다.

이날 오후 감사가 속개됐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김 장관이 "1910년 한일강제병탄 자체가 무효고 1965년 한일기본조약에서 일본의 강제침탈을 인정했다고 하더라도 이 사이 역사는 역사대로 흘러간 것 아니겠느냐"며 "손기정 선수가 일장기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저는 일본의 강압에 의해 우리 조상의 국적이 '일본'이 됐다고 한 거지 우리 조상이 '일본인'이 됐다고 한 적 없다"고 발언하자 안호영 위원장은 "원활한 감사를 위해 퇴장해달라"고 요청했다.

퇴장 요청에 여당 의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김 장관 또한 자리를 지키자 안 위원장은 국감 도중 환노위 전체회의를 열고 '국정감사 증인 김문수 철회의 건'을 상정했다. 여당 의원들은 상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며 표결 불참을 선언한 뒤 자리를 비웠다. 이후 야당 단독으로 치러진 표결에서 재석 의원 10명 전원 찬성으로 김 장관의 증인 철회의 건이 가결됐다. 가결 직후 안 위원장은 "더 이상 증인이 아닌 김문수 장관은 퇴장해달라"고 요청했고 김 장관도 곧바로 국감장을 떠났다.


환노위는 업무보고를 서면으로 대체하고 오후 5시 45분쯤부터 본격적인 감사에 착수했다. 김 장관의 빈자리는 김민석 노동부 차관이 대신했다. 김문수 장관의 증인 철회 표결에 불참했던 여당 의원들도 속속 자리로 복귀하면서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증인으로 나온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쿠팡CLS) 대표와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에 대해 각종 의혹을 추궁했다.

박홍배 의원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채용지원을 하기도 전에 개인정보를 요구한다. 지원자 이름과 지원에 사용한 휴대폰 명의가 달라도 지원이 가능하다"며 "마구잡이로 확보한 개인정보를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의혹을 제기하면서 보좌관이 실제 채용지원을 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에 정종철 대표는 "인지하지 못하던 일"이라며 "확인하겠다"고 답변했다.



다른 의원들의 질타도 이어졌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최근 4년간 건설업계 평균 재해율이 1.45%인데 쿠팡의 평균 재해율이 5.9%에 이른다"고 꼬집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피자업계가 30분 배달 속도 경쟁을 벌이다 산재사고가 급증해 2011년 이를 없앤 바 있다"며 "쿠팡의 연이은 과로사가 회사의 정책·제도가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클렌징 제도(배송 수행률을 강제해 비판받는 쿠팡의 업무 시스템)를 없애는 방안을 고민해보라"고 제안했다.

새로운 시각과 문제의식을 제시하는 질의도 눈에 띄었다. 환노위에서만 9번째 국정감사를 맞이하게 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는 데 이 과정에서 허점이 없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애매모호한 요건을 완화해 가해자로 내몰린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학교 급식실 노동자(조리실무사) 복장으로 국감에 참여한 정혜경 의원은 김민석 차관에게 "한 여름 학교 급식실 조리장 온도가 몇 도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차관이 "온·습도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30도쯤 되느냐"고 반문하자 정 의원은 "50도 이상이다. 열사병으로 인해 (근무하다) 구토를 하고 얼음물을 들이키며 열을 식히며 겨우 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면서 고온의 물·기름을 다루다 보니 화상 사고도 비일비재하고 장시간 재직하며 관절질환을 겪는 일이 다반사"라며 "현재 조리실무사 1인당 학생 100명 이상을 담당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200명을 넘게 맡는 곳도 있다. 산재사고·질환 예방을 위해 조리실무사의 노동력 감소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1인당 급식 인원의 적정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밖에도 국민연금제도와 연계한 고령자 재취업·재고용, 공무원 및 일반 연금개혁, 삼성전자 방사능 피폭사고 대책,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한 형사처벌 완화 등에 대한 질의와 논의가 이어졌다. 김문수 장관의 갑작스러운 증인 철회로 거의 모든 질문을 홀로 소화해야 했던 김민석 차관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선 수긍하고, 의원의 지적과 반대되는 입장에 대해서도 논리정연하게 답변하며 호평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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