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들 정자로 손주 만들겠다"…인도 60대 노부부의 기막힌 소송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24.10.1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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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에서 태어난 한 신생아가 병원 인큐베이터에 누워있다.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뉴스1 가자지구에서 태어난 한 신생아가 병원 인큐베이터에 누워있다.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뉴스1


인도의 한 부부가 죽은 아들의 냉동 정자를 넘겨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후 4년에 걸친 법적 다툼에서 승리했다.

10일 영국 BBC에 따르면 인도 델리 고등법원은 병원이 보관해 온 30대 남성의 냉동 정자를 이들의 부모에게 넘겨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정자를 보관하고 있는 병원에 정자 반환 소송을 제기한 60대 노부부는 지난 2020년부터 4년간 지리한 법적 다툼을 이어왔다.

사연은 이렇다. 인도의 한 60대 부부는 지난 2020년 9월, 30세였던 아들을 혈액암으로 잃었다. 아들인 '프리트 인더 싱'은 혈액암 치료를 위해 화학요법을 시작하기 3개월 전, 생식능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병원의 권유로 정액을 냉동 보관했다. 그는 미혼이었기 때문에 자녀가 없었다.



아들의 사망 후 슬픔에 잠긴 노부부는 아들이 생전에 보관한 냉동 정자로 대리모를 써 손주를 보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노부부는 병원에 아들의 냉동 정자를 돌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병원이 거부했다. 결국 이는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60대 부부는 아들의 정액으로 태어난 모든 아이를 자신들이 키우겠다고 법정에 증언했다. 부부가 사망한 후에도 두 딸이 아이들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질 것이라고도 약속했다.



이에 판사는 지난주 판결문에서 "인도법에 따르면 정자 소유자가 동의했다면 사후 수정을 금지할 수 없다"면서 "사망인의 배우자나 자녀가 없을 때 부모가 법정 상속인이 되는 만큼 정액 샘플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노부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들 부부의 친척 중 한 명이 대리모가 되는 것에 동의한 상태로 전해졌다. 인도법에 따르면 돈을 주고 고용하는 상업적 대리모는 불법이다.
냉동보관 중인 정자/사진=게티이미지뱅크, BBC냉동보관 중인 정자/사진=게티이미지뱅크, BBC
사망한 사람의 정액을 이용해 사후 수정, 아이를 낳는 일은 드문 일은 아니다. 2018년 인도 서부 도시 푸네에 사는 48세 여성은 자신의 27세 아들이 뇌종양으로 사망하자, 죽은 아들의 정액과 대리모를 통해 쌍둥이 손자를 품에 안았다. 2019년 뉴욕대법원 역시 스키 사고로 사망한 21세 육군 생도의 부모가 손자를 낳기 위해 아들 냉동 정액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판례가 있다.

싱 판사는 이 같은 판례를 적용, 노부부의 손을 들어줬다. 당초 병원에서는 사후 생식에 대한 생명 윤리 문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새 생명 탄생에 대한 염려 등으로 노부부 요청을 거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BBC에 따르면 미국, 영국, 일본, 체코 및 기타 일부 국가에서는 서면 동의가 있는 경우 냉동 정자를 통한 사후 수정을 허용한다. 호주에서는 유가족의 감정이 가라앉도록 사망 후 1년의 대기 기간을 둔 후 허용한다. 다만, 허용하는 경우에도 남편을 잃은 아내들이 신청하는 경우가 많고, 부모의 요청은 드물다.

인도를 포함, 여러 국가는 여전히 사후 수정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BBC는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이 같은 요청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정부 차원에서 군인들의 정액을 무료로 냉동 보관해주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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