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요한 “‘백설공주’서 벌거벗고 연기한 느낌이었어요” [인터뷰]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4.10.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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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요한 / 사진=TEAMHOPE변요한 / 사진=TEAMHOPE


3년 전, 배우 변요한은 고독했다. 그의 고독은 연기를 향한 사랑 그리고 치열함이 만들어낸 지독한 선물이었다. 단 한순간도 가짜가 되지 않기 위해, 모든 순간에 진짜로 존재하기 위해 스스로를 외로움 속에 처박았다. 그렇게 그의 오랜 고독의 순간들은 ‘명연기’라는 찬사로 되돌아왔다. 최선과 치열함이 따랐기에 마땅했던 결과였다.

변요한은 지난 4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연출 변영주, 극본 서주연, 이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서 살인 전과자 고정우 역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고정우라는 인물 안에 겹겹의 비애를 욱여넣은 변요한은 저변의 감정을 품격있게 유영하며 작품 흥행을 견인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첫 주 2%대로 시작해 매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더니 마지막 회에서 8.8%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벌거벗고 연기한 느낌이었어요. 고정우라는 인물에게는 아무런 장치도 없거든요. 옷도 없고(웃음), 맨날 맞기만 하고, 친구도 없고요. 계속 벽을 보고 연기해야만 했죠. 가진 게 감정뿐인 친구죠. 한기와 한계를 많이 느낀 작품이었어요. 참 외로웠던 현장이었죠. 그래서인지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에요. 떠나보내기 싫을 만큼요.”

변요한 / 사진=TEAMHOPE변요한 / 사진=TEAMHOPE


변요한이 연기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고정우는 무천시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시신 없는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10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하는 인물이다. 겨우 열아홉 살에 친구 두 명을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돼 자신을 비롯, 가족들까지 숱한 고난을 겪는다. 드라마는 이런 고정우가 출소한 후 살인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았다.

“이 드라마에 대한 소감은 ‘참 외로웠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감정이 정리가 안 됐어요. 제가 연기한 캐릭터 중에 가장 약했던 존재였죠. 정말 너무 약했어요. 그래서 이 캐릭터를 지켜주기 바빴던 것 같아요. 상철(고준)과 하설(김보라)을 만나서 공조하기 전까지는 현장에서 많이 외로웠어요. 물론 제가 외로워졌어야 했고요. 그리고 그런 고정우를 지켜주기 위해 현장의 모든 배우들이 더 뜨겁고 악랄하게 연기해 줬죠.”

변요한은 고정우가 10년간 겪은 변화와 그에 따른 심리적인 혼란을 특유의 깊은 눈빛과 무게감 있는 연기로 그려내며 극의 중심을 이끌었다. 변요한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엄친아’로 살아가던 고정우가 자신의 세상을 잃고 홀로 남겨진 잿빛 세상 속에서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묵직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냈다. 특히 학창 시절을 직접 연기하며 서른 중반에 교복을 입은 변요한의 모습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스갯소리로 교복을 입은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웃음) 시간이 돌리더라도 안 하면 안 됐던 상황이었어요. 인물이 달라지면 전개와 감정선이 절대 이어지지 않는 작품이었어요. 사실은 교복을 입었을 때 좀 부끄럽긴 했죠. 교복은 졸업하고 나서 입으면 안 돼요.(웃음) 해야 하니까 용기 내서 입은 거죠.”

변요한 / 사진=TEAMHOPE변요한 / 사진=TEAMHOPE


극 중에서 진한 브로맨스를 보여준 노상철 역의 고준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변요한보다 앞서 작품 인터뷰를 진행했던 고준은 변요한과의 베스트 커플상에 대한 바람을 내비쳤던 상황. 변요한은 “형이 원하신다면 동생으로서 따라갈 것”이라며 유쾌하게 받아쳤다.

“고준 형과는 촬영 때마다 긴장하면서 찍었어요. 초반부 극에서 관계 형성이 안됐을 때 실제로도 서먹서먹했어요. 역할을 이해하고 집중하는데도 버거워서 거기에만 집중했거든요. 지금은 관계가 정말 좋아요. 형이 베스트 커플상을 원하신다고 하니 동생으로서 따라가야죠(웃음). 고정우라는 캐릭터가 고독함과 외로움의 연장이었어요. 노상철이 가까이 올 때마다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실제로도 그랬고요.“

변요한은 고정우의 아픔을 이야기하다 순간 눈시울을 붉혔다. 이 작품을 촬영한 건 3년 전임에도 여전히 인물을 뜨겁게 껴안고 있는 모습이었다. 때문에 그의 입에 나오는 모든 말들이 더 진실되게 느껴졌고, 그가 연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오롯하게 전해졌다.



변요한 / 사진=TEAMHOPE변요한 / 사진=TEAMHOPE
“드라마 종영하고 나서 후련하다는 생각도 했는데 여운이 더 많이 남아요. 어제도 엔딩 클립을 계속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이 드라마를 통해 정말 다양한 감정을 느꼈어요. 또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형태를 보여드렸잖아요. 그걸로도 되게 감사해요. 앞으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작품을 통해 얻은 온전한 에너지와 확립된 정의, 감정들을 잘 추스르면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변요한은 올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뿐만 아니라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 영화 ‘그녀가 죽었다’로도 대중과 만나며 쉴 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작품마다 얼굴을 달리한 그는 연기력에 대한 신뢰를 더 단단하게 쌓으며 ‘믿고 보는 배우’라는 타이틀에 한발 다가섰다. 그의 ‘열일’의 순간들은 찰나의 안일도 용납하지 않는 열정의 순간들이었고, 그것이 그가 오랜 기간 주연으로 활약할 수 있던 이유다.



“저는 작품을 볼 때 메시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아마 제게 흥행이 보장된 로맨틱 코미디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동시에 들어왔어도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했을 거예요. 그게 저한테는 사명감인 것 같아요.(웃음) 얼마 전에 ‘파반느’ 촬영도 끝냈어요. 연초에 발목 수술을 했는데 당분간 발목 재활을 조금 더 해야 할 것 같아요. 재활을 하면서 다음 작품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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